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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허물고 분위기 UP… 중랑구청장 일일DJ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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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을 위해 호탕하게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자기 부모 형제를 끔찍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4초간 페이드아웃)/ 책을 가까이 하여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고, 손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철 따라 자연을 벗 삼아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지난 20일 문병권 중랑구청장이 구청 음악방송 일일 디제이로 나서 평소 좋아하는 음악과 사연을 잔잔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침 청내 방송 등장에 직원들 “와~”

촉촉이 봄비가 내리던 지난 20일 오전 8시 20분, 중랑구청에 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병권 구청장이 청내 음악 방송의 깜짝 디제이로 나서 시그널 멘트를 하자 방송실 옆 홍보과 직원들이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경직됐던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자치구에서 구청장이 일일 디제이로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안녕하세요. 중랑 가족 여러분과 함께하는 뮤직파크 일일 디제이 문병권입니다. 놀라셨지요.”라고 운을 뗐다. 한술 더 떠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 주던 그 소녀”로 시작하는 노래 ‘단발머리’를 한 곡조 멋들어지게 부른 뒤 “언젠가 한번쯤 디제이로 나서고 싶었는데 소원을 풀게 됐다.”면서 “오늘은 소중한 친구처럼 항상 우리 곁에서 좋은 음악으로 즐겁게 해 주었던 ‘가수왕’ 조용필의 특집을 마련했다.”며 자축했다.문 구청장과 조용필은 1950년생으로 동갑이다.

귀를 쫑긋 세우며 듣던 직원들은 ‘7080’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명찬 행정국장은 “굉장히 자연스러운데요.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명디제이 이종환도 울고 가겠어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혹시 이러다가 국장들에게까지 (디제이) 하랄까 봐 겁나는데요.”라며 웃었다.

‘오늘도 해브 펀(Have Fun), 나도 일일 디제이’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전환해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조성, 고객 만족 행정 서비스를 펼치자는 의도에서 지난해 8월 첫발을 뗐다.

●직원 참여 가능…‘활기찬 직장’ 조성

구청 직원이면 누구나 일일 디제이로 나설 수 있다. 직원 생일과 경조사 등 개개인의 근황을 소개하고 오늘의 유머, 명상의 글, 미담 사례도 소개한다. 올드 팝에서부터 최신 가요, 클래식,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문 구청장은 “다음 곡은 제가 가장 아끼는 노래이자 좋아하는 노래 ‘꿈’이에요. 제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었던 꿈을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힘들어했을 때 항상 저를 위로해 주었죠.”라며 여유롭게 사연을 소개해 나갔다. “저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부산시청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산에 대한 추억도 많고 그리움도 남았습니다. 그런 그리움을 잘 표현한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입니다.”라고 말하며 추억의 보따리도 풀어놨다.

아침마다 구청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김경원(49·풀무원 직원)씨는 “목소리가 낯설어 누군지 궁금했는데 구청장님이라 더 반갑다.”며 “매력적인 저음이 빗소리와 어우러져 너무 신선해요. 한 달에 한 번쯤 하셨으면 좋겠다.”라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8시 50분쯤.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불러 화제를 모았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마지막 곡으로 들려 주고 방송실을 나오자 박수가 쏟아졌다. 방송 담당인 김혜원(총무과)씨는 아예 대놓고 “제 밥줄 끊어질까 걱정된다.”며 칭찬의 말을 건넸다. “문 구청장은 난생 처음 해 보는 거라 재미있었는데 직원들이 귀를 닫지 않았을까.”라며 껄껄 웃었다.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모습은 비 그친 싱그러운 봄날 아침과 닮아 있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2011-05-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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