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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뽀이’의 경성역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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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서울역사 새달 공개 복합 문화공간 활용키로

1930년대 어느 날 서울 거리를 쏘다니던 ‘구보씨’의 발걸음은 문득 경성역 3등 대합실까지 미친다. 그곳에서 지게꾼, 유랑민, 노파 등 고독하고 쓸쓸한 이들을 조우한다. 예쁜 여자와 함께 있는 중학 시절 열등생 친구를 만나 강렬한 질투심도 느낀다. 소설가 박태원(1910~1986)의 눈에 비친 일제강점기 시절 경성역(서울역의 옛 이름)은 물질에 대한 욕망과 함께 물질로부터 소외된 비루함이 북적거리며 공존하는 곳이었다. 서울역은 ‘구보씨의 일일’에 묘사됐듯, 식민지 자본주의의 중심 공간으로 민족사의 아픔을 묵묵히 떠안았다.


14일 공개된 옛 서울역사 복원 현장. 사진은 복원공사의 핵심인 중앙홀.




1925년 9월 처음 세워질 때 한껏 차려입은 모던뽀이와 모던걸들이 전차를 타고 지나며 감탄해 마지않았던 그 서울역이 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사(驛舍) 기능은 2004년 새로 지어진 신역사에 물려주고 2009년 7월부터 복원공사에 돌입,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공사비만 200억원이 들었다.

‘문화역서울 284’(사적 284호)로 이름 붙여진 복원 역사는 다음 달 9일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문화재로서 가치를 회복함은 물론 전시·음악회·패션쇼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앞으로 기차역사 본연의 기능도 갖출 예정이다.

개관에 앞서 14일 언론에 공개된 막바지 공사현장은 어수선했다. 중앙홀에는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및 지붕 돔 공사를 하느라 비계가 설치돼 있고 1, 2등 대합실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고향을 등지고 밤봇짐으로 상경한 이들이 중앙홀에 발을 내디디며 느꼈을 막막함과, 작은 성취에 기뻐하며 금의환향하는 이들이 3등 대합실에 앉아 들떴을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듯했다.

복원 공사를 담당한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벽돌, 철근·콘크리트, 석조, 목조 네 가지 구조를 한꺼번에 사용한 르네상스풍 원형 건축물 복원에 주력했다.”면서 “한국전쟁 때 파괴된 돔 아래쪽 스테인드글라스도 재설치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한반도 평화 체제가 정착되면 이곳은 대륙 철도와 연결되는 시발점이자 종착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조광호 인천가톨릭대 교수의 작품으로 시민들의 협력과 연대, 평화시대를 상징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1-07-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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