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지정은 노조 기본권 침해 아닌 공익 보호
적자분 서울시 미온 대응…“추석 후 소송 착수”
“더 이상 시민을 볼모로 잡는 소모적인 파업 잔혹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지난 18일 교통회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정의 필요성과 통상임금 체계 정비를 강조했다.
매년 시내버스 파업이 반복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출퇴근길 발이 묶일까 가슴을 졸인다. 올해에만 지난 1월에 이어 지난 16일까지 두 번이나 협상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협상에서도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을 둘러싼 갈등을 풀지 못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2시간에 걸친 협상 결과 호봉별 기본급을 3.2%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 문제는 연말에 있을 법원 판단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측은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현행법상 필수공익사업에 지정돼 있는 철도와 지하철 등은 파업 시에도 최소 운행 인력을 유지해야 하지만 제외된 시내버스는 파업 시 전면 멈춰 서게 된다. 김 이사장은 “지하철이 서면 버스가 대체 수단 역할을 해 주지만 버스가 멈추면 지하철이 못 들어가는 교통 소외 지역이 너무 많다”며 “새벽에 나가야 하는 근로자들은 특히 발이 묶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의 공익적 기능만 놓고 보면 버스가 지하철보다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노조의 합법적인 노동 3권이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의 기본권을 제어하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공익을 지켜 내자는 것”이라며 “지정되더라도 파업 시 50%까지 운행률을 낮출 수 있고 이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시민들의 최소한의 이동권은 보장해 드리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자는 건데, 이것이 왜 정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 노조만 유독 과거 동아운수 판결 하나만 붙잡고 176시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준에 따른 임금 인상률은 무려 16.44%에 달하고 우리가 제안한 209시간만 적용해도 10.3% 인상이다”며 “지방처럼 209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선지급하고 연말 본소송 판결에 따라 차액을 정산하자는 합리적 제안마저 거부하고 파업을 무기로 배수진을 치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주휴수당과 매일 지급되는 1시간의 연장근로 등을 고려할 때 최소 209시간에서 230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동부 가이드라인과 타 지역 사례를 외면하고 과도한 요구만 되풀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측과 서울시는 동아운수 소송에서 통상임금 산출 기준이 명확한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법원이 다른 사건에서 월 176시간으로 판시한다면 차액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재정 적자와 인건비 부담에 대해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노조 모두의 책임 있는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과거 통상임금 소급분 문제만 해도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달해 사측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임에도 서울시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라며 “재정 지원 미흡과 예산 미편성에 대응하기 위해 추석 연휴가 지나는 대로 서울시를 상대로 정식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사측은 시에 두 차례 공문으로 ‘시급히 예산을 책정해 통상임금 증가분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고령화에 따른 기사 부족 문제와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내버스 노선에 자율주행 기술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등 시대 흐름에 맞춘 구조적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법원 판결로 구조적 문제가 터졌으면 각 주체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지 사측에만 알아서 하라는 식은 방관이다”며 “시민의 발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제도적 결함을 책임 있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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