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구청장은 직원들과 함께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방문인들을 일일이 꼭 껴안았다. 그러자 어색한 표정을 짓던 주민들은 금세 웃음을 머금고는 함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하며 밝게 웃었다. 송파구가 이날 ‘허그 데이’(Hug Day)를 맞아 진행한 ‘프리 허그’ 행사는 영하의 날씨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원실 등서 주민 50여명과 온기 나눠
추운 겨울날을 맞아 연인끼리 서로 따뜻이 안아준다는 게 허그 데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체온에 담아 나누고 각박한 공동체의 정신적 문제를 치유하자는 의도가 있어 해외에서는 캠페인 형태로 벌어지기도 한다.
박 구청장은 “빼빼로데이다, 로즈데이다 뭐니하는 ‘데이’가 많은데 대부분 상업성 짙은 것들”이라며 “허그 데이가 있다는 걸 알고 구민들과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청 업무가 시작되는 9시부터 민원실과 보건소를 오가며 주민 50여명과 온기를 나눴다.
물론 민망함에 손사래를 치며 어색하게 피하는 주민도 종종 나타났다. 박 구청장은 “처음에는 나부터 민망해 여자 분들만 대상으로 하자고 했는데, 한명씩 사람들을 안으니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손자를 청사 어린이집에 맡기러 온 박경숙(60·여·방이동)씨는 “매일 구청에 오는데 뜻밖의 행사로 당황했다.”면서도 “이런 날이 있는 줄 몰랐는데 재미있더라. 포옹 한번에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 구청장은 인근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도 방문했다. 역사 한쪽에 앉은 노숙인 박모 할머니를 만나 몸상태와 식사 여부 등을 묻고는 준비한 점퍼를 직접 입혔다. ‘직원 월급 끝전 모으기’로 마련한 내복과 양말 등도 건넸다. 낙엽 처리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을 만나 선물을 전하고 다문화가정도 찾았다.
행사는 ‘따뜻한 겨울나기 운동’의 하나로 마련됐다. 박 구청장은 프리허그를 신년까지 이어가고, 홀몸 노인을 위한 푸드박스 전달, 취약지역 방문 등 ‘스킨십 구정’을 계속할 작정이다. 한편 송파구는 매년 6월 1일을 ‘준 데이’(June Day)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 시니어와 주니어가 만나 사연을 담은 선물과 노하우를 나누는 세대 소통의 자리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1-12-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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