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다문화 셔틀버스’ 인기
“제 고향을 대표하는 일종의 민간 외교관이잖아요.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최연희(47)씨는 셔틀버스 중국 담당 강사로 활동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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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가 운영하는 ‘다문화 그림책 읽어주는 셔틀버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본어 강사 나카 나오미가 셔틀버스 안에서 아이들에게 일본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송파구 제공 |
시작은 간단했다. 수련관으로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느니 간단한 이야깃거리를 곁들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마천동은 송파구 지역 내에서도 다문화가정이 많은 곳이니 이왕이면 다문화가정과 즐겁게 교류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수련관에 위치한 소나무작은도서관 3호가 팔을 걷어붙였다.
매주 화요일 오후 1~3시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셔틀버스에 오르면 다문화가정 엄마가 강사로 나서 엄마 나라의 그림책을 읽어준다. 하루는 중국에서 온 엄마가, 다른 날에는 일본에서 온 엄마, 또 다른 날에는 몽골에서 온 엄마가 책을 읽어준다. 그림으로 내용을 얼추 짐작할 수 있는 책을 펴 두고 원어민 발음으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따라 읽으며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고, 또 그 나라 언어로 승차권을 만들어 그 나라 문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고 써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강사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알게 모르게 차별 아닌 차별을 받다가 자기 고향을 대표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신이 나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스스로 교재를 꾸며 오는가 하면 셔틀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아이들에게 몇 번이고 다시 읽어주는 일이 많다. 최씨는 “무엇보다 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아들에게도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고, 또 다른 아이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8-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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