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 변질” vs “지나친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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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가 경로당에 화투금지령을 내렸다. 시는 경로당의 도박장 전락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하지만 노인들은 지나친 간섭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시는 이달 초 지역 경로당 481곳에 돈을 걸고 화투 하다 적발되면 경로당을 폐쇄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상당구의 경로당 3곳에선 최근까지 온 종일 화투판이 벌어졌다. 다른 곳에 사는 노인들까지 원정 와 이곳에서 여가를 즐겨야 할 동네 노인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였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를 보다 못한 노인들이 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정옥 시 경로당 지원담당은 “노인들이 재미 삼아 고스톱을 치고 있지만 노름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9988사업(경로당 교육 프로그램)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의원들도 예산을 지원받는 경로당이 도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배상만 청주노인회장은 “점당 10원 또는 100원짜리를 치고 있고, 많이 잃어 봤자 하루에 몇 천원 정도”라면서 “이런 거까지 막으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화투를 대체할 수 있는 여가문화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청대 사회복지학과 김준환 교수는 “9988 프로그램은 모든 노인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서 “노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실태조사를 벌여 화투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추용 꽃동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기도의 한 지자체는 경로당에 모이는 노인들에게 공원관리 등 소일거리를 주고 활동비를 챙겨 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조언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