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파산 경험 유바리市의 재기 도전
“시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부시장을 없애고 직원 급여를 30% 이상 깎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지난 19일 찾은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 9년 전 일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파산을 경험한 이곳 주민들은 여전히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市공무원 급여 30~60% 삭감… 주민도 고통 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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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2003년 지방정부의 조직과 인원에 대한 모든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했다. 유바리시의 파산 원인은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투자 때문으로, 파산을 이기는 과정도 전적으로 지방정부의 책임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 정부나 도(道)의 통제가 아닌 자구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과 다르다.
●市·주민 힘 모아 기업 유치… 투어·포럼 등도 기획
지역 특성을 모르는 중앙정부의 대책이 아니라 유바리시와 지역 주민 스스로 자립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시의 규모를 줄이는 ‘콤팩트한 도시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넓은 도시 안에 초·중·고등학교는 각각 하나씩만 도시 중심부에 남겼다. 남은 학교터는 농장, 양로시설, 우체국 등으로 전용했다. 공영주택 입주자들은 모두 시 중심부로 이전하도록 유도했다. 인구를 도시 중심부에 모은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 주민 간 교류를 확대해 추가 인구 감소를 막으려는 것이다. 또 각종 공공서비스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학교와 각종 공공청사 등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먹고 노는 관광산업이 아니라 유바리시의 정책과 현실을 보여주는 공공기관 투어나 포럼 등을 기획하고 있다. 사토 마나부 유바리시 마을만들기 주임은 “우리 마을을 스스로 축소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면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미래를 중앙정부가 아닌 우리 손으로 그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홋카이도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5-05-22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