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없어 대구 28명 순천의료원 입원
지역 주민들 응원 현수막·특산품 행렬30명 입원 광주도 “의료진 감사” 미담 “지난해 순천만국가정원에 처음 와서 순천을 조금 기억하고 있는데 모두 너무 잘해 줘서 고맙습니다. 꼭 다시 놀러 올 거예요.” 지난달 25일 전남 순천의료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완치돼 대구로 돌아간 60대 여성 A씨는 “은혜를 잊지 못하겠다”며 이같이 고마움을 전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영호남 간 따뜻한 정이 생기고 있다. 순천시민들은 코로나19 대구 확진환자들이 입원한 순천의료원에 정성이 담긴 선물을 전달하고 환영 현수막을 내거는 등 뜨겁게 맞았다. 순천의료원은 지난달 13일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했던 대구 경증 확진환자 28명을 받았다. 현재 12명이 완쾌해 퇴원했고, 14명이 남아 있다.
순천시 기관단체와 주민 100여명은 대구 환자들이 입원할 때 ‘모두 힘내세요.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용기를 북돋워 줬다. 사회단체와 주민 등 10여곳에서 빵, 간식류, 손세정제 등을 전달했다. 이반촌농원 대표 김동훈(53)씨는 산돌배즙 200박스(1000만원 상당)를 기탁했다. 시는 완치돼 퇴원한 사람들에게 꽃차와 남도김치, 누룽지 등 지역 특산품 세트를 전달한다. 신창호 순천의료원 총무과장은 “입원 환자분들이 거의 60대 초중반이라 색다른 감정 표현은 하지 않지만 시민들의 환대도 고맙고, 간호사들도 너무 친절해 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옛 명칭인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따 만든 달빛동맹도 더욱 끈끈해지고 있다. 광주 빛고을전남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완치돼 지난달 25일 돌아간 B씨는 퇴원 직전 병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병상이 없어 며칠을 여기저기 전화하며 불안해하고 있을 때 광주에서 저희 모녀를 받아주시겠다는 연락에 어린아이를 안고 주저 없이 광주까지 내달려 왔다”며 “의료진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두려움과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빛고을전남대병원에 택배 1개가 전달됐다. 상자에는 삐뚤삐뚤 써내려간 카드 한 장과 참외가 들어 있었다. 치료받고 완치돼 대구로 돌아간 일가족 4명이 보내온 것이다. 아이가 쓴 카드에는 “간호사 선생님, 밥을 주실 때마다 간식 챙겨 주셔서 감사하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저희가 빨리 나았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20-04-02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