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열린 지난 16일 오후 4시 관악문화관은 관악산의 아름다운 늦가을 정취를 물씬 풍겼다.
‘조개는 잡아 젓 절이고, 가는 임 잡아 정 드리자. 바람 새 좋다고 돛 달지 마라, 몽금(夢金)이 개암포 들러만 가소. 세월을 잊자고 산곡(山谷)에 갔더니, 역세(曆歲)나 대신에 단풍잎 지누나….’
시작을 알리는 첫 곡으로 선보인 ‘긴아리’,‘잦은아리’는 서도소리 창법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청아한 소리는 감동의 파고를 넘어 충격으로까지 다가왔다.
느긋하게 부르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위에서부터 질러내는 소리가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다가 절벽으로 내리 꽂듯 떨어지는 폭포수 같은 소리는 관중을 흡수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특히 저음은 곧게 뻗는 특이한 선율의 진행으로 왠지 모를 서글픔마저 전해주고 있었다.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산염불, 회심곡, 재미있는 대사와 노래로 구성된 투전풀이 등의 프로그램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아마도 남도 판소리의 질러 내는 소리에 익숙했던 나에게 서도소리의 옥구슬 구르듯 맑고, 실낱같이 뽑아내듯 청아하면서도 애절한 소리가 가슴을 헤쳐 놓지 않았나 싶다.
이날 연주회에 참석한 서도소리 중요무형문화재인 김광숙, 이춘목씨 등은 “서도소리는 본 바닥인 황해도와 평안도 등 북한에서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로 겨우 서도소리보존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예술인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지적했다.
공연내내 할아버지 등 300여명은 어깨춤과 박수갈채로 몰입하는 등 가을밤의 시름을 우리의 가락으로 달랬다.
임종배 시민기자 vansuk@hanmail.net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