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배우자 내가 만든다
“남편과 아내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후 반응을 알아보는 겁니다. 내용과 상관없이 가장 먼저 답장이 온 분에겐 선물을 드립니다.”
지난 8일 오후 친절강의가 진행 중인 동대문구 답십리3동 주민센터. 강의 참가자가 모두 휴대전화를 꺼내면서 강당이 어수선해진다. 어색한지 연신 웃음을 참으며 문자를 보내는 주부부터 문자 대신 바로 전화를 거는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쑥스럽다며 끝내 못 보내는 사람도 있다.
결국 참가자 60명 중 문자를 보낸 사람은 30여명뿐. 첫 번째 돌아온 답변은 ‘더위 먹었구나.’라는 문자. 이어 답장을 받은 주부 10여명도 ‘무슨 일 있어.’ ‘뭐 잘못한 것 있냐.’ 등 퉁명스런 답변이 대부분이다. 다소 엉뚱한 문자를 보내게 한 이유는 평소 부부가 서로를 표현하고 친절을 표하는 데 익숙했는가를 보기 위해서였다.
친절강사 김영희(35)씨는 “대답이 퉁명스럽다고 실망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만큼 가까운 사람에게 나 스스로 친절하지 못했고 또 표현도 안 했다는 방증”이라면서 “조금씩 바꿔 나가면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고 말했다.
●“마음보다 표현하는 것이 중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강좌에 참가한 연인원은 700여명. 이날까지 21개 동에서 강의를 진행했다.1시간 동안 진행되는 친절교육에는 구의원부터 통장, 부녀회원, 주민자치위원,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수강생까지 참여했다. 친절교육에선 늘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비법으로 3가지가 있다고 말한다.‘자신에 대한 애정’과 ‘상대에 대한 감사’, 그리고 ‘칭찬’이다. 또 이를 위해 버릇처럼 “나는 내가 정말 좋다.”“고맙습니다.”“당신이 최고예요.”라는 말을 반복하라고 조언한다.
강의에 참가한 주부 김순선(55)씨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친절도 웃음도 나올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구청관계자는 “결국 일상 속에 친절의 분위기가 녹아 있어야 동네도 사회도 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반인을 위한 친절교육을 진행했다.”면서 “2개월 동안 입소문이 나면서 친절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늘었고 농협 등 다른 기업으로부터 강의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지난 1999년 직원들 가운데 민원안내 도우미를 결성하는 등 구정 속의 친절을 강조해 7년 연속 행정서비스헌장 우수기관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홍사립 구청장은 “친절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면서 “교육을 통해 주민과 직원이 하나가 돼 친절하고 화합하는 구를 만들어 나가는 동시에 친절이 구 전체에 뿌리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7-11 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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