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사업완료 후 자격박탈 우려해 주저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정부의 ‘희망키움통장 사업’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신문 2009년 11월4일자 27면>정부가 사업 초기 실적이 부진해 가입 대상 기준을 크게 완화하는 등 유인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 당사자들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희망키움통장’ 사업의 실적 저조로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15일간 2차 대상자를 모집했다. 이번 모집에서는 1차 모집 당시 가입 대상 기준에서 제외됐던 금융 채무 불이행자와 자활 특례 가구(자활 근로소득이 최저 생계비를 초과하는 가구), 의료·급여 특례자가 있는 가구를 포함시키는 등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기초수급자들의 2차 신청 역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모집 때 54가구가 희망키움통장 가입을 신청했던 경북도의 경우 148가구가 신청하는 데 그쳤다. 이를 합해도 올해 도의 전체 사업 물량 1316가구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올해 기초수급자 1570가구를 대상으로 희망키움통장 사업을 벌이는 부산시도 1, 2차 신청자가 393명으로 전체의 25%에 그쳤다. 다른 시·도의 실정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에 걸쳐 사업 대상자를 모집했음에도 실적이 부진한 것은 키움통장에 가입할 경우 사업 완료와 함께 기초수급자 자격 박탈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기초수급 대상 가족이 희망키움통장을 만들어 매월 10만원씩 저축할 경우 정부가 주는 근로소득 장려금 월 15만원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1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월 35만원, 3년 동안 13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게 도와 주는 제도.
하지만 적림금을 타는 동시에 기초생활수급 자격은 박탈된다. 수급자 자격이 박탈되면 공공 및 민간 서비스까지 중단돼 수급자들은 희망키움통장 사업이 혜택보다는 손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수급자들은 현재 의료급여와 전화·전기 요금 할인은 물론 쓰레기 봉투 및 상하수도 요금, 인터넷 사용료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서울시의 사례를 들어 “기초수급자들이 희망키움통장 사업 완료 후 수급자 자격을 잃게 되더라도 일정 기간 의료급여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해야 통장에 가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가구가 2~3년간 매월 일정액(5만~20만원)을 적립하면 서울시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같은 액수를 추가 적립해 주는 ‘서울 희망 플러스 통장’ 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이 완료돼도 희망키움통장 사업과 달리 수급자 자격을 박탈하지 않는다.
전국종합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