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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제주 지하수를 취수해 먹는 샘물을 생산 중인 제주공장의 모습. 한국공항은 최근 제주도에 증산 요청을 했지만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
화산섬 제주에서는 자치단체나 공기업이 지하수를 개발·이용하는 물사업을 할 수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지하수에 보존과 관리를 위한 ‘공수(公水)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의 일이다.
먹는 샘물의 브랜드파워 1위인 ‘삼다수’는 현재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 개념이 도입되기 전 개발권을 취득한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도 자신들의 제주 소유 부지에서 ‘제주퓨어워터’라는 브랜드의 먹는 샘물을 생산 중이다.
그런데 한국공항 측은 지난 3월 “항공 수요가 급증해 현재 취수량으로는 기내용 공급 물량도 모자란다.”며 취수 허가량을 현재의 월 3000t에서 월 9000t(하루 300t)으로 증량해 줄 것을 제주도에 요청했다. 제주도는 지하수관리위원회를 열어 이에 동의했고 현재는 제주도의회에 동의안 처리를 요청한 상태다. 한국공항 측은 “제주도의 지하수 공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월 6000t 지하수의 증량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연간 1400여만명이 이용하는 대한항공 국제선 승객과 외국 항공사 이용객들에게 제주산 물을 제공해 제주 지하수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월 6만 3000t(하루 2100t)을 생산하는 삼다수와는 달리 자신들은 기내용과 인터넷 판매, 수출에만 치중하고 제주발 항공 노선 증편, 지역 인재 고용 확대 등도 약속했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하루 300t은 대형사우나 한 곳에서 사용하는 지하수량(하루 평균 500t)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제주 경실련, 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제주 지역 환경시민단체들과 다수의 주민들은 “제주특별법의 지하수 공수 규정이 자칫 ‘한진 특별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해 반대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이들은 “일부 도의원들마저 사기업의 이익 창출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한진그룹에 대한 예외 규정이 오히려 한진그룹 생수 판매를 보호하는 법이 될 것”이라며 “이참에 한진그룹의 제주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 경실련이 지난 2008년 3월 ‘미래리서치’에 의뢰해 제주지하수 사유화 인식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민 712명의 응답자 가운데 87.2%가 ‘공수 개념’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사유재’로 관리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6.3%에 불과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2011-06-09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