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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로 본 공직사회] (15) ‘불 꺼지지 않는 방’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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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기자와 사투 부처의 ‘입’… 24시간 ‘ON’ 사생활 ‘OFF’

정부종합청사의 수많은 방들 중에 맨 먼저 불이 켜지고 맨 나중 꺼지는 곳이 있다. 대변인실이다. 정부 부처에 몸담은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상황불문하고 화를 내지 않는 ‘외계인’이 있다. 대변인과 그의 손발이 되어 호흡을 맞추는 대변인실 소속 직원들이다. 오죽했으면 “대변인 ○은 개도 안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들을 할까. 정부 부처의 ‘입’이 되어 최고의 대외 홍보를 절대선으로 삼고 있는 이들. 속이 썩어도 밖으로는 기자들의 심기를 살펴가며 최상의 부처 홍보를 해야 하는 특무를 띤 주인공이 다름아닌 대변인실 사람들이다.






중앙행정기관 대변인실은 행정수요자인 국민과의 소통을 책임지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노동의 강도나 업무행태가 다르다. 사진은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이 지난 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하는 모습이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늦어도 새벽 5시면 출근

그러나 부처 내부 직원들도 대변인실 역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중앙부처의 한 대변인실 관계자는 “일선 공무원들조차도 우리가 하는 일이 그저 보도자료나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는 게 고작인 줄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업무를 속속들이 알게 되면 모르긴 해도 부처내 대변인실 지원자 수는 뚝 떨어질 것”이라면서 “24시간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기자들 전화에 기꺼이 응대하며 사생활을 담보 잡힐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적성에 맞지 않으면 한 달도 버텨내기 어려운 3D 업무가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주요 중앙부처 대변인실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각은 새벽 5시 안팎. 늦어도 오전 6시 30분쯤까지는 조간신문 스크랩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7시 이전에는 출근하는 장·차관들이 집무실에 들어서면 맨 먼저 찾는 것이 그날의 신문 스크랩이다. 스크랩만 일별하면 전날 부처 관련 사안들이 어떤 방향으로 보도됐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가 있다. 장·차관실 뿐만 아니라 주요 간부들 책상 위로도 어김없이 배달돼야 하는 건 그래서이다. 행정안전부 대변인실의 경우 조간신문 스크랩은 6명이 손발을 맞추고 있다. 2인 1조로 3개팀을 만들어 사흘에 한번꼴로 번갈아가며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아침신문들을 점검하는 게 일과의 시작이다.

여타 부서 직원들이 출근도 하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혹여 부처 입장과 맞지 않는 기사가 한 줄이라도 나오면 이에 대한 대응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해당 부서 관계자들의 연락처를 뒤져 급히 사실확인을 한 뒤 어떤 방향으로 언론에 보충자료를 내야 할지, 짧은 시간에 해답을 찾는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언론의 동향을 주시하는 일은 사실상 온종일 계속된다. 점심식사가 끝나자마자 석간과 지방신문들을 챙기고, 오후 3~4시에는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는 보도내용도 따로 챙겨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오후 6시쯤. 가판신문(멀리 떨어진 지역에 배달하기 위해 전날 저녁에 미리 찍어내는 조간신문)이 나오면 또 꼼꼼히 모니터링 한다. 저녁시간대에 주요 뉴스들이 나오는 방송을 체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저녁 숙제’다.

“이 뉴스는 어떤 신문(방송)에서 얼마쯤의 비중으로 다룰지, 보도자료를 만들 때 이미 어림할 수 있다. 톱 기사 감인지, 1단짜리 단신인지, 솔직히 그 정도 감을 못 잡고서는 대변인실 밥을 제대로 먹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거 아니겠느냐.” 2년째 대변인실 업무를 해 온 중앙부처 한 과장의 얘기다.

●언론을 움직여라!… ‘보도자료’ 달인

보도자료는 말 그대로 기자들에게 보도될 사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는 글이다.

똑같은 사안이라도 언론의 관심을 잡아끌 수 있게끔 내용을 포장하는 것은 대변인실만의 특화된 업무다. 실·국별로 주요 업무사안을 전달받아 경중을 따진 뒤 보도자료만 내면 될지, 좀 더 자세히 대 언론 브리핑을 해야 할지 여부도 결정한다. 홍보결과에만 열을 올리다 더러 사실이 과장될 때도 있어 기자실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대변인실의 신경줄은 그러나 언론 쪽으로만 닿아있는 게 아니다. 부처의 정책홍보 평가 점수도 이들이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이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부처 기자실에 출입하지 못하는 언론을 위해 운영되는 정책홍보 사이트 ‘이(e)-브리핑’도 이들이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 관리하는 분야이다.

e브리핑 시스템 활용도는 부처 정책홍보 평가의 주요 항목. 브리핑 룸의 장비를 활용해 한 달에 몇 건의 브리핑을 동영상으로 올리면 적절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도 대변인실 몫이다.

브리핑실이 협소해 아예 e브리핑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등의 경우는 그런 부담은 덜하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전혀 알맹이도 없는 내용의 e브리핑을 번번이 강행하기로 소문난 부처가 몇 있다.”는 한 관계자는 “e브리핑이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부처 간 홍보 과열 경쟁의 도구로 변질됐다고 자성하는 내부 목소리도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변인실 일거리만 늘렸지, 정작 e브리핑을 촬영할 때 브리핑실에 참석한 기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그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e브리핑이 대변인실의 홍보업무를 계량화하는 주요 시스템인 만큼 신경을 쏟지 않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브리핑 활용도를 분석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과제홍보과의 담당자도 “e브리핑 실적을 의식해서인지 평균적으로 브리핑 횟수가 많은 부처는 늘 따로 정해져 있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청홍비 법칙’을 아시나요?

“그 기사 때문에 장관한테 심하게 깨졌다(야단맞았다).” 기자들이 부처 대변인에게 흔히 듣게 되는 얘기 중 하나다. 부처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보도되면 여지없이 장관의 질타를 감당해야 하는 주인공. 그럼에도 대변인실을 거쳐가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는 이른바 ‘청홍비 법칙’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청와대 파견근무-홍보실(대변인실)-비서실’이 공직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위해 밟아야 하는 필수코스로 통한지 오래다.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그 의중을 정확히 꿰뚫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 역할을 탈없이 소화해내면 으레 영전이나 승진으로 보상받는 것도 대변인 몫이다. 노력과 수고가 인사권자인 장관의 눈에 항상 노출되는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정책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훈련을 하는 자리로도 평가된다. 한 대변인실 인사는 “특정사안을 액면 그대로가 아닌, 사회·정치적 역학관계를 따져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공보관(옛 대변인) 출신 장관도 여럿 있다.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총무처 공보관, 최종찬·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경제기획원 공보관과 건교부 공보관을 각각 지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1-08-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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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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