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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의원 재량사업비 폐지에 예산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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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회, 도 사업비 3000억 중 601억 삭감

“법대로 하겠다.” “20년간 있어온 관행 예산이다.”

의원재량사업비를 놓고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 갈등이 폭발했다. 지자체가 지방의원에게 배당하던 마을회관·경로당 수리, 마을안길 포장 등 소규모 사업비를 정부 지침에 따라 없애자 의회도 집행부 사업예산 삭감에 나서면서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23일 1회 추경 4개 위원회 계수조정에서 도 사업비 3027억원 중 601억원을 삭감했다. 문화복지위원회의 경우 추경 예산 1010억원 중 204억원을 삭감했다. 이 중에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설치 및 운영비, 경로당 난방비 등 시급한 국비보조사업 예산이 포함돼 있다.

이는 충남도가 지난 10일 추경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도의원 1인당 2억원씩 모두 90억원(45명분)의 의원재량사업비를 전액 삭감한데 따른 것이다. 도가 재량사업비를 없앤 것은 감사원이 지난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31곳을 감사한 뒤 ‘단체장이나 의원에게 1인당 일정 예산을 편성해 선심성 사업비로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2월 이를 지키도록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압박했다.

충남도는 해마다 도의원 1인당 7억원씩 재량사업비를 편성해왔다. 올해도 감사원 지적이 있기 전에 이뤄진 본예산에 5억원씩 모두 225억원을 이미 편성한 상태다. 강익재 도 예산담당관은 “감사원과 정부 지시를 무시하면 공무원들이 다친다.”면서 “내년부터는 한푼도 의원재량사업비를 못 세운다. 지방의원들이 제대로된 사업을 갖고와서 도비를 따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시·군 예산과 매칭해 집행하기 때문에 재량사업비라고 해서 의원들이 맘대로 선심 쓰듯 쓰는 것이 아니다’고 반발한다. 유병기 충남도의회 의장은 “큰 사업은 도지사가 하고 주민들 피부에 와닿는 작은 사업은 의원들이 해야한다.”며 “행안부에 따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도의원은 “재량사업비가 없으면 도의원이 지역구에서 행세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도 의원사업비가 있는데 우리는 왜 안 된다는 것이냐.”고 볼멘소리다.

충남뿐만 아니라 감사원 지적 후 전북 대전 등 재량사업비를 폐지하는 지자체가 적지않다. 부산시 등 처음부터 재량사업비가 없는 곳도 있다.

부산은 예산편성시 시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뿐 공식적으로 의원재량사업비를 세우지 않는 실정이다. 충북도는 본예산에 1인당 3억원씩 편성된 올해 의원재량사업비만 계획대로 집행하고 내년부터는 의원들이 낸 예산신청서를 심사, 타당한 사업만 지급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오는 7월 31일 자치단체에 예산편성 기준을 통보할 때 이 지침을 명문화하겠다.”면서 “이를 어기고 의원재량사업비를 편성할 경우 담당 공무원은 재정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신분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 해당 자치단체에 대해 교부세 감축 등 재정지원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전 이천열기자·전국종합 sky@seoul.co.kr

2012-05-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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