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현실 반영한 지자체 이색 조례 ‘눈길’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 1일 ‘자살예방·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공포, 시행에 들어갔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자살을 줄여보기 위해서다. 조례는 자살 예방과 사후관리,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 자살예방센터 긴급전화 설치, 자살 위험자와 가족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지원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농촌총각이 외국 여성과 결혼하면 항공료, 맞선 비용 등 결혼식 비용을 지원한다. 경남 남해군도 비슷한 조례를 갖고 있다.일선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서 지역 특성을 감안한 이색 조례 제정이 잇따르고 있다. 달라진 사회 현실을 반영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거나 지역 의견을 적극 반영한 조례 제정 움직임이 눈에 띈다.
경기 오산시의회는 전국 처음으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에 관한 조례를 제정, 통과시켰다고 8일 밝혔다. 최웅수(민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오산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안’은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오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의 보수가 40~50% 인상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경북 포항시는 지역에 근무하는 군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해병대 등 지역주둔 군부대 지원 조례’라는 이색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장병들을 대상으로 시정투어를 마련하고 시가 운영하는 각종 공공시설의 사용료와 입장료 등을 감면해 준다.
전남도는 ‘유기농 명인’ 지정 운영을 위해 ‘전남도 유기농명인 지정 운영조례’를 시행 중이다. 충남 공주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터넷상에서 공주시민으로 등록하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사이버 시민제도조례’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성 등 약자나 소수자 배려를 위한 방안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성평등 조례를 제정한 안양시는 여성기업인의 경영활동을 돕기 위해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안양시는 지난달 각종 위원회 회원의 한쪽 성비율이 60%를 넘지 못하게 하고, 공무원 승진 시 성평등이 보장되도록 하는 내용의 성평등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제주도는 청소년 한부모가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청소년 한부모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행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4만 5000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 안산시는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외국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또 상당수의 지자체들은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에 조화롭게 살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를 운영 중이다.
수원시와 부산시 사하구는 지역 갈등을 야기하는 민원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해결하는 ‘시민 배심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시민배심원제는 시민과의 쌍방향 소통행정이 가능하고 갈등을 사전에 차단해 행·재정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시민 권익 보호와 시정 투명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