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신청률 8.8%에 그쳐
자치단체 유연근무제가 겉돌고 있다. 강제성 논란에도 정부는 업무능력 향상을 명분으로 지자체에 유연근무제 적극 활용을 독촉하고 있으나 대민업무가 많고 자기계발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 공무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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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는 전체 3830명 중 140명이 신청해 3.6%에 불과하고, 도내 15개 시·군은 1만 2453명 중 381명이 참여해 3%에 그쳤다.
유연근무제는 근무 형태와 시간을 개인별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로 행안부가 공무원의 자기계발, 취미생활 및 육아 등에 활용해 생산성 향상과 가족친화적 근무환경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시행했다. 재택근무 등보다 대부분 오전 7~10시 출근과 오후 4~7시 퇴근 사이에서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선택하고 있다. 자치단체는 대체인력 부족과 인식 부족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정부합동평가 실적반영 등 강제성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수시로 공문을 보내 지자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도 소방본부는 1일 3교대 근무하고, 일선 시·군도 증명서를 떼주고 인허가를 해주는 등 대민업무가 주종을 이루는 데다 단체로 일해야 하는 종합행정이어서 유연근무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예산군은 업무상 새벽에 나서야 하는 청소차 운전수 10여명을 제외하면 일반직 공무원은 신청자가 단 한명도 없다. 군 공무원은 전체 707명이다. 김영국 예산군 실무관은 “기획부서 등을 빼면 모두 대민업무를 보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면 민원인이 불편하고, 늦게 출근하거나 먼저 퇴근하는 것은 상하·인간관계가 끈끈한 농어촌 자치단체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자기계발을 한다고 해도 농어촌에 영어 등 외국어 학원이나 기타 학원 등 취미 관련 시설이 있느냐. 굳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태안군은 전체 공무원 651명 중 6명만 신청했다. 모두 대전 등 대도시에 사는 직원이다. 상대적으로 합격하기 쉬운 군 단위 지자체에 들어온 뒤 월요일 늦게 출근하거나 금요일에 일찍 집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유연근무제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 경산에 집이 있는 직원도 있다. 군 관계자는 “유연근무제가 원거리 거주 직원에게 악용된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도시에는 신청자가 좀 있다. 자기계발 및 취미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게 한몫한다. 충남 천안시는 1800여명 중 10%인 182명이 신청했다. 금산군 28명, 계룡시 26명 등 대전 인접 시·군도 꽤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직 분위기와 조직문화 등 현실적 여건이 미흡해 신청자가 적다.”면서 “홍보 및 교육을 강화하고 실적평가를 더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최진혁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유연근무제 도입 전에 직원 간 업무를 공유해 빈자리를 메우는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