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발굴 교육센터의 꿈
신수동 주민 송영미씨는 마포중앙도서관 설립 계획이 구의회에서 보류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포구가 뒤숭숭하다. 마포중앙도서관을 짓기 위한 조례안이 지난 2일 구의회에서 보류돼서다. 10일 박홍섭 구청장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투자할 때가 됐다는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인데 이런 결과가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도서관 건립은 박 구청장이 심혈을 기울여온 핵심 사업이다. 성산동에 남은 옛 구청사 자리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두고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박 구청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를 내걸고 계획을 세웠다. 공부만 하는 도서관에서 벗어나 청소년교육센터까지 함께 짓는 방향으로 정했다.
성적 향상이나 명문대 진학률 제고 같은 게 하나의 가치라면 공부 말고 아이들의 다른 재능을 발굴해 주는 것도 또 다른 가치라는 생각에서였다. 도서관이 공부와 지식을 위한 공간이라면 노래나 춤, 운동에 자질을 보이는 아이들은 청소년교육센터로 불러들일 요량이었다.
두 시설을 융합시켜 특기적성 교육, 진로 체험, 자기주도 학습, 영어 체험, 방과 후 돌봄 등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다. 박 구청장은 “공부하기 싫다던 아이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가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투자 재원. 때마침 당인리발전소가 문화발전소로 다시 개발되면서 도서관 건립 조건 아래 130억원을 받기로 했다. 그 덕분에 지난 3월부터 도서관 건립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구민들 반응도 좋았다. 지난 7월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건립하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 87.1%를 기록했다. 청소년 시설에 대한 찬성은 90%를 넘었다.
조례안이 통과되어야 자금 수혈이 가능한데 구의회 복지도시위원회에서 보류됐다. 너무 상암동 쪽에 치우쳐 있다는 게 이유다. 지역균형개발에 역행한다는 불만이다. 실무진은 격앙된 분위기다.
구 관계자는 “마포 갑구와 을구의 지역 균형발전이라지만 작은 마포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0분 안에 오갈 수 있는 거리에 불과하다”며 “교육문화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 전체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봐야 할 일을 결국 선거 지역 간의 이기주의로 만들어버린 꼴”이라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이 아니라 선거논리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니까 정당공천제 폐지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 구청장은 도서관 건립을 굽히지 않는다. 그는 “좁은 지역에서 보이는 균형개발이란 명목의 지역이기주의 개입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나마 부결이 아니라 보류인 만큼 주민공청회를 다시 개최하는 등 노력을 통해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