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 “서민 부담만 가중 흡연감소율 20%… 반발 클 것”
담뱃값이 정부안대로 한 갑당 2000원 인상돼 4500원이 될 경우 금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서민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정부안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이 같은 예산검토 의견이 향후 국회의 담뱃값 최종 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예산정책처는 10일 ‘2015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서 “저소득층이 이 정도 가격이면 금연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담뱃값은 8479원으로, 정부가 제시한 담뱃값(4500원)보다 높은 수준”이라면서 “담배의 중독성을 고려할 때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끊지 못한 저소득층에게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이어 “담배 생산 농가 및 담배 판매인의 경제적 이익 감소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담뱃세 인상폭을 적정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감소율도 정부와는 다른 추정치를 내놨다. 정부는 단순히 가격요인만을 따져 담뱃값 인상 시 흡연율이 3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예산정책처는 가격 요인 외에 소득수준과 중독성 등을 고려해 흡연감소율을 20%로 추정했다.
실제로 2002년 담뱃세를 221원 인상하자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01년 69.9%에서 2003년 56.7%까지 하락하다 2004년 57.8%로 반등했다. 2004년 담뱃세를 455원 인상했을 때도 2008년까지는 흡연율이 다시 하락했지만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바 있다. 담뱃세 인상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한 결과 흡연자의 51.6%는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해도 계속 흡연하겠다고 답했다.
예산정책처는 “흡연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충분한 여론 설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 확보를 전제로 금연치료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을 미리 편성했는데, 예산변동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4-11-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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