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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한평 공간서 20년…“이제 결혼식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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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쪽방마을 혼례 잔치

“나를 믿어 줘. 다시 태어나도 당신이랑 살고 싶어. 두례야 사랑해.”

청년의 사랑 고백도, 젊은 신랑의 다짐도 아니다. 쉰여덟의 신랑 차영묵씨가 여섯 살 많은 신부 이두례씨에게 전한 속마음이다.

12일 서울 종로구청 4층 한우리홀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차영묵(왼쪽 두 번째)씨와 이두례씨가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연극으로 엮은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종로구 제공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청 4층 한우리홀에서 이들 부부의 결혼식이 열렸다. 쪽방마을 주민들과 결혼식을 준비한 관계자 등 100여명의 하객 앞에서 두 사람은 여느 신랑, 신부와 마찬가지로 혼인서약을 하고 새 출발 각오를 다졌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20년 넘게 한평 남짓한 쪽방에서 살아온 터였다. 지체장애가 있는 두 사람에게 서로는 유일한 가족이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차씨는 “마음씨가 참 착한 사람이다. 20년 전 봄날 처음 만났을 때도 예뻤고 오늘도 그렇다”며 이씨를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도 서로 이해하며 행복하게 살겠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곱게 화장한 이씨는 “함께 잘 지내겠다”며 수줍은 듯 말을 아꼈다.

‘우리 이제야 결혼해요’라는 제목의 이날 결혼식은 부부의 혼례를 축하하는 쪽방마을 잔치 형태로 진행됐다. 이웃들의 축하 메시지 영상,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연극으로 담은 공연, 쪽방마을 주민들의 축가 등이 이어졌다. 주민들도 기념 촬영을 하며 축하 메시지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부부와 맞은편에 살고 있는 정경자(72)씨는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축가를 부른 김민정(33)씨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라며 응원했다.

연극을 통해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주부극단 끌림’과 돈의동 사랑의 쉼터가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발벗고 나서 마을 결혼식을 준비했다. 여기에 뜻있는 단체들의 재능 나눔으로 결혼식의 의미를 더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 ‘착한잔치좋은날’이 포장을 활용한 퓨전 전통혼례를, 스카이예술단이 국악 축하 공연을 펼치며 분위기를 돋웠다. 끌림 단원들이 쪽방 주민들에게 선물과 식사를 마련했다. 부부에게는 돈의동 사랑의 쉼터가 나들이 선물, 종로구마을지원단이 이불을 전달했다. 모인 축하금은 부부를 위해 쓰인다.

김영종 구청장은 “늦게나마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 두분이 여생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사시길 기원한다”고 축사했다. 이어 “앞으로 쪽방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돼 서로 힘이 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2014-11-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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