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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투명성 확보” vs “자율권 확대”… 양보 없는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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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둘러싸고 부산시-BIFF 갈등 심화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대립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시는 투명성 확보를, BIFF는 자율권 확대를 주장하며 서로 양보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은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파국을 맞는 게임이론이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 등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걸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22일 시와 BIFF에 따르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영화제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BIFF가 지난해 민선 6기 서병수 시장의 취임과 함께 조직쇄신 요구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

조원달 시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국회와 자치의회, 언론으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받는데 세금으로 운용되는 BIFF에 대한 감사와 감독은 시의 정당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시는 영화제를 촉매로 영화·영상산업 등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산업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BIFF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 시장도 최근 사석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BIFF는 영화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가 사사건건 운영에 개입하게 되면 영화·영상산업 고유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갈수록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다음달 서울에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영화인의 힘을 결집하고 나섰다. 영화인들은 항의성명을 연달아 발표하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단체 12곳은 ‘BIFF 독립성 지키기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며 BIFF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양측은 시가 BIFF에 세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엄격한 공공 잣대로 예산집행과 인력관리 등 업무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립하기 시작했다. 시는 BIFF에 지원하는 예산만 국비 15억원을 포함해 연간 75억 5000만원에 이르고 영화제 관람권 판매 수익금 등을 합칠 경우 BIFF 조직위의 연간 가용 예산만 12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최근 BIFF 조직위를 지도점검했다. 시는 이 결과를 토대로 재정집행과 인력관리, 영화제 운영 등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드러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강도 높은 개선안 마련을 요구했다. 또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비롯한 조직개혁과 BIFF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비전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시는 우선 인력관리를 들었다. BIFF는 조직위원회 정규직원만 38명에 이르고 영화제 기간 단기 스태프를 합칠 경우 전체직원 수가 100명을 넘어 방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직원채용 시 공개채용하지 않고 특정 영화감독 등의 인맥을 통한 신규채용으로 투명성을 상실한 나머지 조직이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제가 끝나면 모든 직원과 스태프들이 서울로 떠나버리고 부산에는 한 사람도 없다. 시는 부산의 젊은 영화·영상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부산을 영상산업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과장은 “시는 중국 완다그룹과 1000억원 규모의 영화펀드를 조성하는 등 부산 영화의 중국시장 진출과 지역 영화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작 BIFF는 특정 인맥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고 영화제 이후 이들이 부산을 떠나는 바람에 부산의 영화산업은 빈 껍데기만 남는 꼴”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BIFF가 영화제 초청작품을 선정할 때 프로그래머가 작품을 섭외한 다음 집행위원회에 보고하게 돼 있는 정관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초청작을 선정해 프로그래머 활동의 독립성 훼손은 물론 객관성과 투명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BIFF가 사전 품의나 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바람에 계약절차상의 문제와 증액지출 등 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된다고 주장한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력채용과 예산집행을 위해서는 내부 통제기능이 작동해야 하고 그러려면 상급기관의 감시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시의 갑작스러운 지도점검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등 후속 조치에 대해 BIFF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BIFF는 시의 개혁 요구가 지난해 영화제 당시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문제를 놓고 시와 갈등을 빚은 게 발단이 됐다고 주장한다. 서 시장의 요청에도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이 위원장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BIFF는 시가 지적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비리·부패집단으로 매도하고 집행위원장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시민으로 구성된 검증단이 시의 지도점검 결과와 BIFF가 내놓은 해명자료를 공정하게 검증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청문회도 할 수 있다”며 “검증 결과 책임질 일이 있으면 기꺼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BIFF는 시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직원을 공개채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영화제 때마다 100여명에 가까운 단기 스태프를 공개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업무능력이 뛰어난 스태프는 다음해 영화제 때 기간제나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2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직원은 대부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2013년까지 공채를 하지 않았으나 사전에 부산시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시 간부가 참석하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채용을 결정했다”며 “지난해 5월부터는 직원을 공개채용하고 있으며 채용과 징계는 집행위원장의 위임사항”이라고 말했다.

재정운용이 방만하다는 지적도 영화제가 특정 기간에 한정된 행사가 아니라 연속성을 가진 연중행사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 품의 소홀 또는 사무인수인계서 미작성, 입장권 정산 및 현금 관리 미비, 임원 숙소관리비 임의지출 등은 착오나 단순 과실에 따른 것으로 방만한 재정 운용은 아니라고 BIFF는 설명했다. 영화제 초청작품 선정과 관련해서도 특정 시기에 신청을 받아 초청 여부를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각국 영화계의 동향과 제작 상황에 따라 사전 교섭, 초청작을 선정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초청작마다 선정 과정과 절차가 다르고 선정기준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IFF는 프로그래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역할을 존중하는 전통이 오늘날 BIFF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민선 6기 출범과 더불어 불거진 개혁 논란이 성년으로 성장한 BIFF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한 과정인지 아니면 부산시의 산하기관 길들이기인 ‘갑질’에 불과한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2015-02-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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