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청 주변 味所
구로구는 낙후된 공단지역이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첨단 정보기술(IT) 산업단지로 우뚝 선 곳입니다. 구로구청 인근에는 구로구를 닮은 식당들이 많습니다. 오직 ‘맛’이라는 실력으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지를 극복한 맛집들입니다. # 생선전문점 명가구로구청 정문 건너편에 있는 ‘생선전문점 명가’는 2015년 5월 개업했습니다. 하지만 즐비한 형님 식당들을 제치고 요즘 구 직원들에게 가장 핫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대로변에 있지만 ‘나홀로 식당’이라 계속 주인이 바뀌던 곳인데 이제 예약 없이는 기다림에 지쳐 먹을 수도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한번 맛보면 중독되는 명태조림은 안 매운맛, 중간 매운맛, 매운맛, 아주 매운맛 4단계로 나눠집니다.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알싸한 양념장과 함께 적당히 두툼하고 야들야들한 명태 특유의 살이 어우러져 최고의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곁들어져 나오는 콩나물을 양념과 함께 비벼 김에 싸 먹으면 같이 먹다가 한 명이 사라져도 모를 정도입니다. 양념장은 캡사이신을 쓰지 않고 청양고추만으로 맛을 냅니다. 센스 있는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 또한 맛을 더해 줍니다. 명태조림은 1인분에 9000원이며 2인 이상 주문 가능합니다. 대표 메뉴인 명태조림 외에도 고등어구이, 각종 매운탕도 맛볼 수 있습니다. # 전라도 매생이 칼국수
구로구청사거리에서 구로역 방향으로 180m 정도 가다 보면 테이블 8개의 조그마한 식당 ‘전라도 매생이 칼국수’가 있습니다. 이곳 또한 업종 변경이 심했던 곳인데 이제는 한참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강호’ 맛집으로 변했습니다. 대표 메뉴인 매생이 칼국수는 목 넘김이 부드러운 신선한 매생이, 쫄깃한 키조개 관자, 톡톡 터지는 오만둥이, 영양 만점인 황태와 다양한 채소가 어우러진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해산물의 풍미를 가득 담기 위해 매일 아침 3시간 동안 육수를 끓여 하루 정도 숙성을 시킵니다. 팥칼국수도 인기가 좋습니다. 팥을 갈지 않고 채에 걸러 껍질을 제거하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삶은 팥을 채에 거르면 양은 적게 나오지만 부드러운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칼국수에 들어가는 생면은 통통하고 쫄깃해 씹는 맛을 더합니다. 직접 담은 생새우 젓갈과 알배기 쌈배추로 만든 겉절이도 사장님의 자랑거리입니다. 가격은 모두 7000원. 포장도 가능합니다. # 늘푸른채 샤브샤브
‘늘푸른채 샤브샤브’는 구로구청 맞은편 먹자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먹자골목에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2층이라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선한 재료,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은 2층으로 올라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만듭니다. ‘늘푸른채’의 강점은 가게 이름 그대로 주문과 동시에 준비해 주는 재료의 싱싱함에 있습니다. 사장님의 후한 마음은 먹는 이들을 배부르게 만듭니다. 전, 샐러드, 고구마 맛탕 등 다양한 밑반찬과 샤브샤브를 거쳐 칼국수와 죽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즐기다 보면 ‘그만 주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적근대, 비타민, 배추, 치커리 등 10여 가지 채소와 멸치로 우린 육수는 영양과 맛을 동시에 충족시켜 줍니다. 신선초와 케일에 요구르트를 넣어 즉석에서 갈아 만든 디저트 녹즙의 상큼함은 애인의 달콤한 키스 같습니다. 사장님은 흔하게 샤브샤브를 먹는 순서와는 달리 고기를 먼저 먹은 후 그 육수에 채소를 넣어 특제 폰즈 소스에 찍어먹는 방법이 제일 맛있다고 권합니다.
구예니 명예기자 (구로구 홍보전산과 주무관)
2017-04-10 3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