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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특별감찰 착수 배경

“국정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한눈 팔아”
“평일엔 출마지역 지연·학연 모임 몰두”
자칫 개각으로 업무 공백 커질 가능성
“단체장 같이 일하자는데 지방으로 피신”
“선거철엔 해외파견 조언도” 몸사리기

총선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각종 출마설과 인사설로 조용할 날이 없다. 일부 고위 공무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총선을 위해 물러나면서 행정 공백과 공직기강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15일 총리실과 행정안전부 등 각 부처가 공직기강 감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는 등 외풍 차단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청사를 나서는 모습.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구청장이 ‘부재중’이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서울 한 구청의 직원은 A구청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이 총선 바람에 수장이 떠난 뒤 우왕좌왕한다는 것이다. A구청장은 최근 총선 도전 의사를 밝히며 구의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곧 이임식을 갖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내년 총선 때 서울에서 출마를 준비할 계획이다. 그가 출마할 지역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도 마침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로서는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A구청장이 물러나면 구청의 행정 공백은 불가피하게 됐다.

공직사회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이들로 흔들리고 있다. 일부 장관들의 ‘총선 차출설’이 끊이지 않고 돌고 있고, 총선에 출마할 전 관세청장 등 일부 차관급 인사들에 대한 후임 인사가 지난주 단행되면서 더 어수선한 분위기다. 장관 교체설이 나도는 B장관은 공개적으로는 출마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조용히 지역구를 챙겨왔다. 장관이다 보니 드러내놓고 다니지 못하고 기존 선거조직을 물밑으로 가동하며 지역 여론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정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장관이 한눈을 파니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랫사람들은 “장관이 관심 갖는 지역구 현안 사업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공공기관장 C씨는 내년 출마할 지역을 이미 ‘찍었다’는 소문이 관가에 파다하다. 자신의 고향은 경쟁자가 많아 인근 지역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평일에도 출마 지역의 지연·학연 인사 모임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쓰면서 업무는 뒷전이다. 공천이 1차 관문이라 여의도에도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다른 공공기관장 D씨는 요즘 국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법 처리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가 최종 몇 석으로 결정 날지가 관심사다. 지금보다 비례대표가 늘어나는 만큼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하겠다는 계산이다.

기획재정부는 총선 차출설이 나왔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장관과 구윤철 2차관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부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당 쪽에서 흘러나온 출마설에 홍 부총리나 구 차관 모두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자칫 개각으로 업무 공백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김현미 장관은 출마 얘기는 꺼내지 않고 있지만 혹시 차관 대행체제로 갈 경우 기강이 흐트러질 우려를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고위직 1급 2명이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연쇄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현기 전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이 지난 9월 이미 사표를 내고 경북 고령·성주·칠곡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김승수 전 자치분권위원회 기획단장도 최근 대구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이에 진영 행안부 장관은 선거 바람을 의식한 듯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일부 고위직들 사이에서는 “총선을 앞둔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하는 시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 E씨는 “윗사람 선거를 열심히 도우려다 선거 이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거철에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민감한 시기에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습성이 더 많이 드러나다 보니 기강해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 F씨는 “‘승진이나 인사 이동을 앞둔 후배들에겐 국제기관이나 대사관으로의 파견 근무나 해외 연수를 가라’고 조언한다”면서 “외국에서 국내 정세를 관망하면서 ‘문재인 정부 때 잘나갔다’는 말도 듣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지자체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자체 고위직 공무원 G씨는 광역자치단체에서 중요한 요직으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기초자치단체로 “잠시 피난을 왔다”고 했다. 그는 “단체장은 같이 일하자고 하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나를 ‘전 단체장 사람’으로 몰아가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실 등의 공직기강 감찰 착수에 대해 공직사회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국토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각 지방청과 지방항공청을 비롯한 전 부서에 대해 조를 나눠서 감찰활동을 하고 있다”며 “김 장관이 연말연시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해 이미 강도 높은 자체 감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9-12-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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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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