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부영 대치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수도이전반대 관제데모 지원설을 들고나온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을 겨냥,이렇게 비아냥대듯 말했다.
지난달 21일 추석연휴를 앞두고 노원구 상계동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로방문하는 길에서다.이 시장의 말에는 정치적 술책이라는 불쾌함이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이같은 언급은 ‘뼈’가 들었다.이 의장이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관제데모’ 운운할 때만 해도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반응이었다.등 돌린 민심을 되돌려놓기 위한 여권의 발버둥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최근 이 시장이 “정치를 너무 잘 안다는 저들이어서 이런 행동을 한 것 아니냐.”라며 실소를 금치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도이전반대를 위한 활동도 결국 시민들을 지키자는 뜻이기 때문에,이를 위한 예산을 따로 짜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초강수를 둔 뒤에도 마찬가지였다.열린우리당 ‘서울시 관제데모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장영달 의원의 말을 그대로 맞받아친 것이다.“(이 시장이) 정치를 몰라 그렇다.”는 말을 듣자 이 시장은 “거꾸로 말한다면 자신들은 정치를 잘 알아서 (관제데모 공작을) 벌인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몇 발짝 더 나아가 “잘못 건드렸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 대응이 만만찮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시장은 “이부영 의장의 비서가 구청장 선거에서 신동우 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에게 패한 사람인 것으로 안다.”며 “바로 그 사람 머리에서 (관제데모설 폭로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이 이처럼 어이없다는 식으로 삐딱하게(?) 말한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숨었다고 볼 수 있다.
●인연과 악연의 연속
서울 지방정가,특히 강동구 쪽 인사들의 물고 물리는 악연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이 의장이 이우재·김부겸·안영근·김영춘 의원과 한나라당을 동반탈당한 뒤 ‘독수리 5형제’라는 별칭을 들으며 열린우리당 ‘우리’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이 시장이 가리킨 ‘그 사람’이란 이해식(41) 전 서울시의회 의원을 말한다.이 전 의원은 이 의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 강동구의회 성임제 의원 등과 열린우리당으로 합류한 ‘BY 직계’ 소장파다.지난 6·5지방보궐선거에서 신동우 현 강동구청장에게 패해 절치부심하고 있다.이 시장은 성 의원이 서울시의 관제데모 지원 폭로에 앞장선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이 의장 또한 4·15총선 강동갑 지역구에서 김충환 전 구청장에게 무릎꿇은 아픔을 갖고 있다.
이 시장과 달리 최근까지도 수도이전 반대에 공개적으로 목청을 높이며 활동을 주도한 서울시의회 임동규 의장 역시 지역구(강동4)가 이 의장 등 관제데모설을 제기한 이들과 같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강동구의회 황병권(상일동) 의장도 관제데모설 이후 초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지난달 24일 시내 구의회 의장단의 기자회견 땐 격앙된 표정으로 “이 시장과 25개 자치구 구청장은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등 직접 나서라.”고 말했다.같은 배를 탄 한나라당 단체장들과 마치 일전(一戰)이라도 벌이겠다는 태세로 격앙된 분위기를 이끈 것이다.어느 편에 섰든 이들이 관제데모설 폭로와 방어에 올인하는 이면에는 강동구 관내의 크고 작은 정치적 다툼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서 지방정가에 흥미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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