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골프장 개장이 늦어지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 ‘우선 개장’을 강조했으나 ‘체육시설이냐’‘공공시설이냐’ 등 전제조건은 서로 달랐다. 이러한 가운데 시 일각에서 공단측에 비용을 보상해 주고 협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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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공통점은 ‘시민들을 위한 골프장 우선 개장’이다. 그러나 공단은 체육시설업으로, 시는 공공시설로 등록 후 개장이란 전제를 내걸고 있다.
골프장이 체육시설업으로 등록될 경우 공단이 이용료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의 간섭을 덜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주장대로 공공시설로 등록되면 이용료가 시 조례를 통해 책정돼 공단의 골프장 운영권이 상당부분 침해받는다. 난지도 골프장이 문을 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공단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시장에게 올리는 제안서’를 통해 “지난 2001년 7월20일 체결한 협약서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골프장의 체육시설업 등록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단은 “체육시설업으로 등록되면 시설 일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약속한 뒤 “투자비 원금 회수 차원의 최소 이용료만 받고 골프장을 운영하고 만일 법원에서 진행 중인 항소심에서 서울시가 승소하면 다시 등록 취소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용호 시 푸른도시국장은 “공단의 주장은 ‘우선 개장’이 아니라 체육시설업 등록을 전제로 한 ‘조건부 개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시의 기본 방침은 체육시설업 등록 여부를 떠나 공공시설로 개장한 뒤 체육시설 등록 문제는 항소심 결과에 따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주도권 싸움… 시, 협약해지 검토
시 소송대리인인 고승덕 변호사는 “난지골프장의 체육시설업 등록을 허용할 경우 ‘회원제 운영’‘과다요금 책정’ 등 당초 골프장 건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서울시가 공단을 제어할 법적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또 “1심 재판부가 공단이 투자한 146억원을 비중있게 본 반면,1500억원에 해당하는 토지 가치는 인정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땅을 공단에 무상 제공한 서울시의 권리가 더 크게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체육진흥공단 홍보실 이선혜 대리는 “당초 서울시와 공단이 맺은 협약서대로 이행하면 문제가 있을 수 없다.”면서 “공단이 골프장에 투자하도록 해 놓고 이제와서 허가를 못 해주겠다는 서울시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골프장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공단은 한달에 1억 50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아는 서울시가 시간 끌기로 공단을 누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최후의 카드로 ‘공단측에 건설·투자비를 보상해 주고 협약을 해지한 뒤 골프장을 강제수용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난지골프장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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