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의 C팀장은 수요일인 지난 20일 출근길에 부인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야근을 못한다. 그런데 지난 두 주일 동안은 수요일마다 무엇을 하다가 밤늦게 돌아왔느냐는 것이다. 결국 C팀장은 이날 정확히 오후 6시10분에 사무실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
행자부가 지난 4월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일찍 귀가해 가족들과 보내라는 취지에서 이용섭 장관이 도입한 제도이다.
이 장관은 배우자들에게 편지도 보냈다. 가정이 행복해야 행자부도 행복한 만큼 가정의 날을 도입했다는 내용이다. 행간에는 ‘수요일 밤엔 남편을 잘 챙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 결과 수요일에 일찍 집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다른 일을 하다 ‘경고’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행자부는 ‘가정의 날’이 정착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수요일에는 ‘오늘은 가정의 날’이라는 구내방송도 나온다. 간부들이 솔선할 것도 주문한다.
‘가정의 날’에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면 차관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 허가받지 않고 야근하는 사람은 단속도 한다.
최근에는 직장협의회가 일부 부서에서 승인 없이 야근을 하는 사례를 확인하자 장관 명의로 경고장까지 보내는 일도 생겼다.
일부 간부 사이에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 사람, 두 사람 야근자가 늘어나 결국 흐지부지된다면 장관이 직원 배우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가정의 날’은 5개월 남짓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정착됐다. 수요일엔 사무실 분위기도 훨씬 부드럽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극장을 가거나 가족들과 외식을 많이 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미혼이거나 기러기 아빠들에겐 이른 귀가가 또다른 고민이라고 털어놓는다.
행자부는 수요일엔 일찍 귀가하는 대신 금요일은 ‘행자부 날’로 오전 7시30분부터 일하도록 하고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