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안정 위해 배설물도 준비
한국동물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오는 24일 태국 사무트프라칸 동물원과 총 70종 373마리를 교환하는 대규모 동물트레이드를 앞둔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짐이라면 상자에 넣어 트럭에 툭 던져 넣으면 그만이겠지만 야생동물 수송은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말 못하는 동물이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이다. 이사과정에서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죽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운송상자도 맞춤형으로 제작
16일 동물원에 따르면 가장 먼저 준비 중인 것은 운송 상자다. 상자가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너무 크면 안에서 동물이 움직이다 사고가 날 수 있고, 운송 과정에서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사고가 생길 수 있다.
태국으로 옮겨갈 동물들은 모두 키와 무게를 쟀다. 제 집 같은 익숙함을 주기 위해 상자 안에 우리 속 흙이나 제 분비물을 넣어준다. 야생동물을 상자안에 넣는 일 역시 만만찮다. 마취를 해 넣으면 쉽겠지만 마취에는 위험이 따른다. 때문에 1차로 반출할 동물은 63마리 정도뿐이지만 동물원측은 상자에 동물을 넣는 작업에만 3∼4일 일정을 잡았다.
침 잘 뱉기로 유명한 과나코는 사육사들이 천천히 상자로 몰아서 넣고, 원숭이와 여우 등은 그물로 잡은 후 넣는다는 계획이다. 단 원숭이가 요리조리 빠져나갈 경우 마취화살을 쓰기로 했다. 맹수 중의 맹수인 사자와 퓨마는 마취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1차 이송 중 난제는 무게만 1t이나 나가는 유럽들소 2마리다. 화난 들소가 뛰어다니는 상황을 만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마취를 한 뒤 상자에 넣는 일이 더 힘들다. 사육사들은 우선 들소에게 먹이공급을 중단한 후 먹이를 이용해 놈들을 상자 속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다들 눈치 10단들이라 계획대로 될지 미지수다.
●속도는 60㎞, 육교는 피하라
보통 맹수류를 이송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조심스러운 것은 초식동물이다. 천성적으로 경계심이 많고 겁이 많은 초식동물은 제 살던 곳을 떠나면 막연한 불안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실제 지난 1984년 서울대공원 개원당시 미국에서 항공기편으로 공수한 동물 가운데 산양 10마리는 스트레스를 못 이겨 몸부림치다 다리가 부러지고 뿔이 잘렸다. 결국 2마리는 숨을 거뒀다.
이송과정도 조심스럽다. 이송용 트레일러의 속도는 최고 시속 60㎞를 넘지 않도록 했다. 덕분에 과천에서 1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는 인천공항까지 이송시간을 두배로 늘려 잡았다. 특히 2차 수송예정인 기린의 경우 목을 쭉 펴면 키가 5m정도이고 차량 높이까지 고려하면 최소 6m란 이야기인데 지하차도는 물론 육교가 있는 도로는 모두 피해가야 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1-17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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