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추적 세금 7억 지켜
서울시 공무원들의 끈질긴 추적과 집념이 세금 7억원을 되찾았다.화제의 주인공은 도시기반시설본부에 근무하는 김영진(6급)·류병일(7급)·양춘배(5급)씨와 시설관리공단의 조현효 대리 등 4명이다.
이들은 업무가 바뀌더라도 서로 인수인계를 받아 3년간의 추적 끝에 도로 터널에 설치하는 송풍기를 불량품으로 납품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세금 6억 9400만원을 절감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은 1999년 서울시 내부순환도로상의 홍지문터널과 정릉터널 내에 설치한 대형 송풍기(290∼450㎾) 16대의 가동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자 불량 제품을 의심했다.
당초 연간 예상 가동시간이 4380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120여시간 가동으로 송풍기의 날개가 파손되거나 균열이 발견됐다.
이들은 송풍기 전문업체인 ‘헤럴드 엔지니어링’에 제품 조사를 의뢰해 현장 설치에 부적합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어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송풍기 날개 5개를 조사 의뢰한 결과, 허용 한계 밖의 등급과 최하위 등급으로 나타났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산업연구소 조사에서도 송풍기 날개 내부의 불순물과 초기 균열이 발생했다는 분석결과를 받았다. 사실상 3개 기관이 불량제품임을 확인해준 것이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업체에 하자 없는 송풍기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납품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송풍기에서 발생한 하자가 ‘제작업체가 계약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물품을 공급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김영진씨는 “완벽한 조사 자료를 제출했어도 순간순간 소송에서 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면서 “다행히 이겨서 하자 보수의 책임기간(2년)이 경과하면 납품업체의 잘못이 없다는 과거의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는 승소 후 당초 납품된 불량 송풍기를 철거하고 표준 규격의 새 송풍기를 설치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8-1-22 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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