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여파 정국불안 `유탄´ 맞아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3일 “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당초 오는 10일쯤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정국 불안으로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면서 “현재로서는 발표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이양을 포함한 2차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노동행정 ▲국토관리 ▲해양항만 ▲지방환경 ▲식약관리 ▲보훈 ▲산림 등 8개 분야를 지방이양 우선대상으로 선정했었다.
이어 행안부는 지방이양 세부계획을 지난달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대상기관들의 반발 등에 부딪혀 발표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연기 조치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집행기관으로, 부·처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발’을 잘라내는 무리수를 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축소 또는 폐지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대상기관의 동의 없이 강행할 경우 갈등이나 잡음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상기관들에 대한 지방이양을 일괄적으로 실시할지, 단계적으로 진행할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의견수렴 등을 거쳐 세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상황과 ‘닮은꼴’
이처럼 2차 조직개편이 차질을 빚으면서,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이 이뤄졌던 10년 전 상황과 ‘닮은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98년 2월 ‘국민의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임명된 당시 김정길 행정자치부(현 행안부) 장관은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에 보태 인력을 5% 추가 감축했다. 각급 행정기관들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행안부만의 ‘나홀로 개혁’에 그치고 말았다.
올초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부처 통폐합 등 1차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이어 2차 조직개편을 유도하기 위해 행안부는 지난달 과(課) 이하 하부조직을 25% 정도 축소했다. 하지만 다른 부처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고, 청 단위 기관 및 특별지방행정기관 등에 대한 개편작업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면서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조직개편의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