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채파동의 오명을 씻고 ‘공정 외교부’로 거듭나려면 외교부 조직의 면모를 완전히 ‘일신(一新)’해야 한다는게 김 장관의 상황인식으로 보인다.
단지 채용과 인사운영을 둘러싼 제도 개선 차원을 넘어 외교부의 간판을 형성하고 있는 고위직에 대한 ‘인적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외교부 안팎의 시각이다.
김 장관이 지난 8일 취임 직후 전 직원들에게 “과거에 알던 저의 모습과는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사사로운 인연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있을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발언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일부 고위직 인사가 김성환호(號)의 구조조정 의지와 강도를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채파동을 겪으며 공석이 된 기획관리실장(1급) 인사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기획관리실장은 외교부 인사와 조직운영을 전담하는 자리로 외교부 개혁 추진에 있어 가장 핵심적 포스트로 꼽히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차관 인사의 향방에 따라서는 이른바 1급 이상 핵심간부의 판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신각수 외교1차관은 이미 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해둔 상태인데다 천영우 외교2차관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물망에 오르고 있다.이에 따라 연말연초 정기인사를 겸해 외교부 고위직에 상당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망이 제기되고 있다.
출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서울고’나 ‘경기고 라인’,근무지역을 근거로 한 ‘북미라인’은 1급이상 핵심 보직에서 가급적 배제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는 김 장관이 외교부의 대표적 적폐로 꼽혀온 엘리트주의를 타파하는 쪽으로 인사쇄신을 꾀할 것이란 관측에 근거하고 있다.다만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특정고와 특정라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구조조정 태풍은 재외공관장들에게 더욱 거세게 휘몰아칠 전망이다.당장 차관급 재외공관장 직위로 분류되는 14등급을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이에 따라 현재 21명에 달하는 14등급 재외공관장이 임기를 마친 뒤 귀국해 본부에서 보직을 받지 못할 경우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현재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공관장의 대외개방도 ‘가시적으로’ 활성화시켜나간다는게 김 장관의 생각이다.수시 감사를 통해 실적이 저조한 공관장에 대한 퇴출시스템도 강화된다.
본부 국장급도 예외는 아니다.신분이 보장되는 무보직 기간이 현행 2년에서 1년6개월로 단축된다.핵심 소식통은 “무보직이 없도록 한다는게 청와대의 구상”이라고 전했다.앞으로 대사를 거치지 않은 외교관은 본부 국장 자리에 기용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 태풍이 예고되면서 외교부 내부는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다.특히 외교관 대다수가 어려운 처우와 여건을 딛고 외교일선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불공정의 대명사’로 매도되고 있는데 대해 억울해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또 외교부 개혁이 “외부에 개방하는게 최선”이라는 식의 바람몰이 식으로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관장을 준비중인 외교관들은 20∼30년간 외교부에서 어렵게 교육과 훈련과정을 거쳐왔는데,무조건 무능하다고 보면 안된다”며 “검증되지 않은 외부인사들에 대한 공관장 개방은 추후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혁의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조직역량의 위축을 가져와 외교의 핵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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