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시 출신 많아… ‘실적이 서열’
“꿩 잡는 게 매.” 감사원 조직문화의 특징을 직원들은 한마디로 이렇게 응축한다. 감사 실적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만큼 특정 인맥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곳. 비고시 출신 실무과장의 비율이 어느 부처보다 높은 곳이기도 하다.이준재 기획담당관은 치밀한 기획력과 교섭력을 두루 갖춘 실력자로 꼽힌다. 지난달 인사에서 국회를 오가며 대외업무를 진행하는 창구 역할을 맡았다. 국장급으로 진입하는 핵심 보직으로 대표적인 발탁인사로 주목받고 있다.
감사원의 핵심 포지션으로 꼽히는 재정·금융 쪽은 행시 38회 동기인 유병호·조성은 과장이 진두지휘한다. 유병호 재정경제감사국 1과장은 특별조사국 기동감찰과에 있으면서 서울메트로 지하철 상가비리를 들춰낸 주인공. 교육감사1과장이던 지난해에는 감사원 최고 역점사업이던 대학등록금 감사를 주관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감사를 많이 해 선이 굵다는 평을 받는다. 민감한 금융권 업무에 베테랑으로 통하는 조성은 금융기금감사국 1과장은 실무 능력을 바탕으로 남다른 보스 기질, 조직 장악력까지 갖췄다.
감사원은 국(局) 아래 복수의 과(課)가 배치돼 있다. 과장급 중 선임인 1과장들에게는 대체적으로 공통된 특징이 있다. 내부 직원들은 “외풍을 타지 않는 뚝심의 소유자들”이라고 압축한다. 논리력과 추진력을 고루 갖춘 이남구 건설환경감사국 1과장이 대표 인물. 지방행정 1과장으로 있으면서 지방재정 부실 현황을 속속들이 파헤쳐 박수를 받았다. 이상욱 지방행정감사국 1과장은 자원개발쪽 감사에 일가견이 있다. 지방행정 감사에 무게중심을 실으려는 양건 원장이 최근 인사에서 발탁했다는 해설이 많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역량을 보유한 과장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도 감사원의 특징이다. 이철진 행정문화 1과장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으로 변호사로 특채된 간판 인물. 윤승기 교육감사단 1과장도 변호사 출신으로 크고 작은 법률 자문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성실맨이다. 이영하 국방감사단 1과장은 회계사로 특채된 과장급 선두주자. 금융, 조세 등 주요 분야에 해박한 데다 감사 역량까지 탁월해 원장이 역점 사업으로 내건 국방비리 감사 쪽에 최근 중용됐다. 감사원의 ‘입’이 돼 동분서주하는 유병호 공보담당관은 보기 드문 기술고시 출신. 탄탄한 감사 역량은 기본이고 3년간 국회팀을 거치는 등 대외 교섭력까지 뛰어난 엘리트로 통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2-08-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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