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여관 공사 인부들 차지, 출장 공무원 대전 나와 숙박
“어떻게 된 게 정부세종청사 주변엔 하룻밤 투숙할 곳도 없어요? 모텔이나 여관을 찾다가 결국 대전까지 나와서 자고 내려왔습니다.”대구에서 업무협의차 세종청사를 방문한 지방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세종청사 주변에는 투숙할 만한 여관이나 모텔이 없다. 금강보 건너편 대평리(일명 용포리) 부근에 모텔 3곳이 있지만 건설현장 인부들이 장기 투숙하는 경우가 많아 빈방을 찾기가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알고 지내는 공무원 방에 투숙하거나 멀리 대전이나 조치원 등 인근 도시까지 나가야 한다. 원룸생활을 하는 공무원들도 방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다. 처음 내려올 때 주변 여건 등을 생각하지 않고 부처에서 정한 원룸(관사 성격)을 신청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사가 위치한 곳이 다른 곳에 비해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환경부의 경우 세종청사에서 10여㎞ 떨어진 ‘연기리’와 ‘봉암리’ 두 곳에 관사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현재 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연기리 관사에서 생활하는 한 공무원은 “아파트 입주 날짜가 1년 넘게 남아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방을 내놓아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면서 “아침 통근버스도 사람이 많아 서서 오거나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말이 관사이지 계약만 부처에서 해준 것밖에 어떤 인센티브도 없다”면서 “맘에 안 들면 본인들이 알아서 하라는데 1년 동안 생활하려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세종청사에 입주한 지 2달여가 돼가지만 독거생활자나 가족 전체가 이주한 공무원들도 편의시설 부족으로 속을 끓이며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2013-02-08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