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이달말까지 비워라”
국내 유일의 고려인(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동포들의 후예) 한글 야학 ‘너머’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이들을 돕기 위해 2011년 9월 땟골에 한글 야학이 문을 열어 김승력(46) 사무국장을 포함한 3명의 자원활동가가 50여명의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야학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 120㎡의 공간에서 통·번역 지원, 임금 체불 해결, 건강보험 지원 등 고려인들의 애로 사항 등도 해결해 준다. 그러다 보니 늘 운영비가 부족했다. 야학의 수입원은 회원들이 보내 주는 월 130만~150만원의 후원금이 전부였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릴 때도 많았다. 이들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조영식(53)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 등 독지가들이 나서 매달 적지 않은 후원금을 보내 줘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양대에서 교육 기자재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학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건물주가 계약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공간을 비워 달라고 갑자기 통보한 것이다.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너머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했으나 쓸 만한 곳은 월세가 비싸고 보증금도 3배 이상 달라고 해 빠듯한 형편에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김 사무국장은 “빠른 시일 내에 공간을 구하지 못하면 야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를 도와주는 분들에게 다시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