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와 두 번째 대결을 펼치는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을 보며 유창혁 9단은 “이세돌이 오늘은 이창호처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인 유창혁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기 제2국 현장에서 한국어 공개 해설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창혁 9단은 대국 중반에 “이세돌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보통 때보다 생각이 많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돌적인 이세돌 9단과 상반된 기풍을 가진 ‘돌부처’ 이창호 9단의 모습이 떠올렸다.

이날 알파고는 예상을 뛰어넘는 변칙적인 수를 놓고, 싸움을 먼저 거는 등 도발적인 바둑을 뒀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응징하지 않고 안정을 추구하는 듯 두터운 바둑으로 일관했다.

유창혁 9단은 “이창호는 전성기 때 ‘너무 참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세돌은 이창호와 정반대인데 오늘은 이창호처럼 두고 있다. 돌들이 빈틈이 없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알파고도 오늘은 상식 밖의 수를 놓고 있지만, 이세돌도 예측이 안 된다”며 “철저하게 마음을 먹고 나온 듯하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1국에서의 충격패 영향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세돌 9단은 전날 1국에서 알파고에 불계패했다. 세계 바둑 1인자가 인공지능과 처음 맞대결을 펼쳐 완패한 충격적 결과였다.

유창혁 9단은 “이세돌이 상대인 알파고를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실력에 대해서는 “프로기사들은 알파고가 최강자 그룹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이세돌보다는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했다.

이어 “어제는 이세돌이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오늘은 그런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반에 접어든 대국은 이세돌이 52분, 알파고가 1시간 14분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