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실 옆 W은행 부근에 있던 김영민(27)씨는 “멋 모르고 왔다가 1시까지 기다리고 있다.”면서 “나처럼 혼자 사는 직장인은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통민원실 옆에 마련된 세무민원실에서는 몇몇 직원들이 민원을 처리하고 있었다. 직원 H씨는 “민원실에 근무하는 동안 내내 봐왔던 주변 상인이나 주민들인데 야박하게 굴 수가 없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절기 단축근무 폐지가 일률적으로 시행되지 못해 일선 행정청의 근무시간이 들쑥날쑥하다. 어떤 곳은 오후 5시까지만 업무를 보고, 어떤 곳은 6시까지 일하되 점심시간에는 민원을 보지 않겠다고 한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 근무시간을 통일하기 위해 표준조례안 지침을 지자체에 보냈지만 일부 지자체들이 공무원노조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남구는 행자부 지침대로 조례를 개정했다 번복했고, 동구는 개정안이 구의회에 머물러 있다. 부산은 시청과 서구청은 이미 점심시간 근무를 중단했고 부산진 등 나머지 지자체도 8일부터 동참할 예정이다. 광주에서도 남구를 제외한 4개 자치구는 점심 때 민원인을 받지 않는다. 행자부에 따르면 22개 지자체는 조례 개정 자체가 불투명하고 24개 지자체는 점심시간 근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꿎은 민원인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 부산시청은 점심시간 때 몰려든 100여명의 민원인들이 계속 대기상태였고 이 가운데 일부는 ‘왜 갑자기 근무하지 않느냐.’며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진주시는 한가해야 할 오후 5시 이후에 오히려 민원인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이웃 사천·산청·함양 등지의 공무원들이 오후 5시에 퇴근하자 6시까지 근무하는 진주시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원정민원’이다.
조태성기자·전국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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