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발언·파격행동 장관직 수행 방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신임 장관이 일찍 물러나는 이유를 아십니까?”대한민국 장관은 법이 정한 자리지만, 장관직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등장하지만, 불명예스럽게 퇴임하는 사례가 적잖은 것도 이 때문이다.
7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장관 직무가이드’라는 한 권의 책(200쪽) 속에 그 해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장관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처세서’라고 할 수 있다.
직무가이드는 장관이 될 수 있는 요인과 성공한 장관의 요인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돌출 발언이나 파격 행동 등은 장관으로 발탁되는 요인 중 하나이지만, 장관 임용 후에는 장관직 수행을 방해하거나 좌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직무가이드는 “장관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갖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것”이라면서 “성공한 장관이 되려면 충분한 재임기간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신뢰와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직무가이드에는 장관으로서 따르고 지켜야 할 사안들이 과거 유사사례와 함께 꼼꼼히 정리돼 있다.
우선 단계별로는 임용 즈음의 경우 부처 입장과 다른 개인적 소신 발언에 주의하고, 가족 등의 윤리적 측면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 임용 후 3개월 이내에는 사적인 인간관계를 주의하고 조직문화를 파악하며, 언론과 협조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임용 후 6개월 이내에는 부처의 정책방향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해관계를 본격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성공적인 장관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국회·언론 등 분야별 관리전략도 체계화돼 있다.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을 자주 만날 수 없는 만큼, 핵심을 짚은 ‘보고’는 곧 능력으로 간주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행동에 따라 우군 또는 적군도 될 수 있어 철저한 사전준비와 물밑작업을 통한 설득작업이 필요하고, 상임위원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
언론에 대해서는 좋든, 싫든 늘 가까이에 있음을 인식하고, 성실하고 침착한 대응을 주문한다. 시민사회단체는 국정의 동반자로 간주하고, 이익단체에 대해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등 선을 그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직무가이드는 2002년 처음 제작된 이후 2년마다 수정판이 나왔으며, 이번 직무가이드는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총망라한 완결판 성격”이라면서 “역대 장관들의 경험이나 관련 자료, 언론 보도 등에 기초해 제작했기 때문에 실질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직무가이드에는 ▲장관의 역할과 리더십 ▲임용단계별 관리전략 ▲분야별 관리전략 ▲제언 등 모두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08-4-8 0: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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