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잡는 대동천 물소리, 곳곳에 역사의 숨결은 ‘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다면 강북구에는 순례길이 있다.’서울 강북구 삼각산은 백두·금강·묘향·지리산과 함께 오악으로 꼽힌다. 순례길은 삼각산을 끼고 도는 3.4㎞ 구간에 걸쳐 있다. 아직은 미완성이다. 그럼에도 순례길은 등산로 곳곳에 유적지와 문화재 등이 산재해 있어 등산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통일교육원 입구서 시작
삼각산 순례길은 통일교육원 입구에서 시작된다. 초행길인 방문객을 위한 배려가 엿보이는 동반자 같은 표지판이다.
이어 졸졸 흐르는 대동천 물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인간이 만든 소리가 아닌 자연이 빚어내는 음악이 곳곳에서 재잘거린다. 지난가을 화려한 삶을 마감한 나뭇잎들이 수북이 쌓인 숲길을 거닐고, 띄엄띄엄 만나는 목재다리를 건너고, 두메산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섶다리와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이 길에서는 유난히도 굴곡 많은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삼각산 자락엔 일제 치하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대한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고 장렬히 산화한 이준 열사를 비롯해 3·1운동을 주도한 의암 손병희 선생 등 우리나라 독립과 건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묘역 16기가 흩어져 있다.
안내를 맡은 이중인 강북구 테마공원기획단 주임은 “이곳에 안장된 애국지사 16명은 모두 건국훈장을 받았으며, 대부분 국민장이나 사회장을 치른 애국지사들”이라면서 “4·19민주묘지와도 가까워 청소년들이 애국지사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시대정신을 배우는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4·19 민주묘역이 한눈에
보광사에서 조금 내려오면 4·19민주묘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데크에 서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숙연해지는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순례길의 끝자락엔 솔밭공원(보광사 입구)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지친 다리를 쉬게 해도 좋다. 서울에서 유일한 평지형 소나무 군락지로 100여년생 소나무 1000여그루가 집단 자생하고 있다. 순례자의 쉼터 같은 곳이다.
구는 올해 안에 솔밭공원부터 손병희 선생 묘역까지 2.2㎞ 등 모두 6.2㎞ 순례길을 추가로 조성한다.
산행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줄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우리콩 순두부집(995-5918)에서 먹는 순두부와 콩비지 정식(각 6000원)은 사찰음식처럼 정갈하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