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각급 법원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가 돈을 받고 마구잡이로 정보를 유출한 사례가 적지 않다.
뒷조사를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심부름센터’는 통상 주민등록 자료를 입수해 사생활 캐기에 돌입한다.
구청 민원실에서 가족관계·주민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이 과정에서 심부름업자의 유혹의 대상이 된다.
서울의 한 구청 민원실에서 근무하던 정모씨는 2006년 10월부터 심부름센터 운영자 최모씨에게 건당 50만원 안팎을 받고 주민등록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작년 5월까지 최씨의 부탁을 들어줬는데 이 과정에서 약 300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열람·유출했고 1천860만원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최씨는 SK텔레콤 가입자의 문자 메시지를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T-world)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수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박모씨에게 제공했다.
그가 업무 중에 타인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유출하거나 가입자 정보를 제공받은 것은 적발된 것만 450여차례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자료를 제공한 ‘공 부장’이나 ‘박 실장’은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아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정보가 최초에 유출된 경로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이들의 행각은 은행계좌 등이 단서가 돼 발각됐으며,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최씨와 정씨에게 징역 1년씩의 실형을 선고했고 정씨에게는 벌금 200만원과 추징금 1천860만원도 덧붙였다.
공공기관의 정보는 채권 추심에도 악용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각종 증명 발급을 담당하던 김모씨는 채권 추심업자인 임모씨와 박모씨의 부탁에 따라 4천400여명의 주소지를 대조·확인해 준 뒤 310만원을 받았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불법인 줄 몰랐다고 변명했지만,법원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추징금 310만원을 선고했다.
또 경찰 공무원이던 김모씨는 사채업자에게 채무자 수백명의 주소와 수배 여부를 확인해 등기로 발송해줬다가 지난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업자와 결탁한 경우도 문제지만 공무원이 황당한 목적으로 사적인 정보 조회를 하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전북의 한 경찰서에서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송모(남)씨는 피의자인 황모(여)씨와 정이 들어 급기야 내연관계를 맺었다.
황씨의 남편이 ‘인터넷에 폭로하겠다’며 항의하자 불안해진 그는 엉뚱한 선택을 한다.
대책 마련을 위해 황씨와 그 남편의 관계,인적사항 등을 파악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특정 시기에 태어난 황씨와 같은 이름을 지닌 모든 사람의 주민조회를 한 것.
그러나 마구잡이 열람은 고스란히 전산망에 기록됐고 그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국민과 소비자는 각종 서비스 계약에 수반되는 ‘울며 겨자먹기’식 동의로 개인정보가 활용되는 것도 피곤한데 이처럼 고의·불법적인 유출까지 근절되지 않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이들에게 엄격한 윤리의식이 필요하고 이들의 정보 취급 실태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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