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경남도의 사업 추진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이 충분히 드러난 만큼 ‘이행거절’이 대행협약을 해제할 충분한 법적 근거가 된다는 판단이다.
반면 경남도는 대행협약서 상의 협약 해제 요건은 ‘천재지변,전쟁,예산 사정’ 등이고,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도 폐기물 매립,문화재 조사,보상 진행 등이어서 의무를 게을리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더는 못 기다려”=이재붕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부본부장은 “경남도가 고의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업 추진을 지연해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와 주민은 사업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7월 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명의로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8월6일까지 4대강 사업을 계속할지,대행 사업권을 반납할지 답변하라고 요청했음에도 석 달 가까이 지난 10월26일에야 ‘낙동강사업 조정 협의회’ 구성을 제안한 것은 사업 시기만 지연하겠다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국토부는 해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남도는 2009년 협약을 체결하고 나서 수차례 방문 및 문서 협의를 통해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지사가 바뀌었다고 국가와의 계약 사항을 모두 재검토한다면 어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과 부산지방청장이 등이 5차례 도를 방문해 협의했고,사안이 생길 때마다 문서로도 5차례 협의했으며 주민 설명회도 거쳤던 만큼 충분한 논의 과정을 밟았다는 게 국토부 주장이다.
지난 8일 낙동강 15공구 현장 사무실에서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주재로 국토부,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와 김두관 경남도지사,경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담판을 벌였으나 기본적인 입장 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애초 지난주 사업권 회수를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 등의 일정을 고려해 통보 시점을 늦췄으며 국회에서 4대강 예산이 최대 쟁점이 되는 상황임에도 공사 시기를 맞추려면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경남도가 소송을 걸어올 경우 현장조사 결과와 도 관계자의 현장 발언 등을 소명자료로 낸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적 검토도 끝냈다.협약서 자체에는 명기하지 않았다고 해도 민법 등에 기초할 때 의무를 게을리한 것은 충분한 계약 해제 사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경남도는 최근 국토부에 보낸 회신에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해 대행사업권을 반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협약서의 대행협약 변경 등의 조항에도 ‘천재지변,전쟁,기타 불가항력적인 사유와 예산 사정 등 국가시책 변경으로 사업의 계속 수행이 불가능할 때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유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사업권을 강제로 회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경남도 입장이다.
임근재 경남도 정책특보는 최근 “정부가 친환경적으로 준설을 한다지만 준설은 하천의 자정능력을 상실하게 해 1~2급의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준설은 먹는 물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낙동강사업 7∼10공구의 경우 다량의 폐기물이 매립돼 있는데다 문화재 조사가 시행 중이고,보상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경남도가 고의로 공사를 지연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문화재 지표 조사를 하는 데다 불법 폐기물 매립 현장이 발견돼 공사가 늦어지는 것이지,경남도가 행정 사보타주(태업)를 해 지연된 건 아니어서 경남도의 귀책사유가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사는 “협약서에도 예산 사정 등의 사유와 양측 합의로 협약을 해지할 수 있지,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대행 사업권의 일방적 회수에 대해 행정소송이나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공사 중 불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준설토 적치나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등 지자체의 권한도 최대한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갈등 커질 듯=국토부와 경남도가 법적 공방을 벌일 공산이 커진 것은 물론 낙동강을 끼고 있어 사업 추진을 원하는 도내 일선 시군과 경남도의 갈등도 증폭될 전망이다.
아울러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권도 정부와 청와대에 대해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인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동시에 4대강 사업 예산 삭감에 나서는 등 예산 국회에서 일대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환경·종교·시민단체의 반발도 최고조에 이르는 등 이번 조치가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두고 경남,충남,충북이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간에 내부 갈등을 겪고 있어 이들 지자체의 입장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사업권 회수 등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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