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 수위 계측기 없이 ‘육안’으로 수위 관찰병목현상 하수관에 ‘중구난방’ 추가 관로까지
지난 14일 집중호우로 강원 춘천 도심 주택 등 260채와 도로 90여 곳이 물에 잠긴 가운데 춘천시의 도시홍수 대응체계의 취약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예상을 뛰어넘는 폭우를 배수시설이 물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도심이 잠기고, 도로와 전기 등 기능이 마비되는 ‘도시홍수’(Urban flood)가 수해의 새로운 양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춘천시는 제대로 된 수방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공지천 일대 저지대 침수…수위 계측기도 없어
공지천을 마주 보는 효자2동과 퇴계동 저지대 주택은 강물이 역류해 침수 피해를 보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지천은 하천법상 춘천시가 관리하는 지방 하천으로 57.2㎢의 유역면적에 하천 연장은 5.6㎞에 이른다.
유역 면적은 넓으나 하강경사가 급하고 유로 연장이 짧아 폭우 시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비가 그치면 수위가 바로 낮아지는 특성이 있어 장마철 주변 소하천이나 배수로로 역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대 주민들은 매년 장마철이면 도로에 물이 차는 일을 예삿일로 겪어왔다.
그러나 하천에는 범람이나 배수로 역류 위험 수위를 관찰할 수 있는 규격화된 수위 계측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지천교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1대가 전부다.
공지천의 계획 홍수위는 73.9(기점)∼90.08m(종점)이지만, 단계별 위험 수위에 대한 기준과 이에 따른 재난방송·도로통제 요청 등 대응체계 메뉴얼 또한 없다.
대규모 침수가 발생한 지난 14일에도 춘천시 재난상황실 직원이 폐쇄회로를 통해 육안으로만 수위를 관찰할 수밖에 없었고, 만수위에 가까워져서야 의암댐과 한강수력본부에 댐 추가 방류 요청을 했다.
◇ 상습 침수지 하수관 정비 ‘무대책’…안전 불감증
운교동 지역 주민들은 이번 수해의 원인을 최근 하수관 내부에 설치된 약사천 유지용수관이 빗물 진행을 방해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이에 춘천시는 이 지역이 약사천 복원 사업 이전부터 상습적으로 침수됐던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30∼40년 전에 1일 강우량 250㎜ 기준으로 설계된 배수관의 용량이 부족한데다, 하수관 곳곳에 통수 단면이 일정치 않은 ‘병목현상’ 구간이 있어 매년 장마철마다 침수가 불가피한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상습 침수 지역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아 수해를 키운 행정 당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운교·효자1동 750m 구간에는 6∼7개에 이르는 각기 다른 용량의 하수관이 곳곳에 연결돼 있으며, 이에 따라 통수 단면적이 절반가량(최대 11㎡→최소 6㎡)으로 갑자기 줄어드는 병목 구간들이 있다.
애초에 통수 단면적이 일정하지 않은 하수관이 지난 1984년 약사천 복개와 함께 설치된데다, 이후 도시 개발로 관로를 그때그때 늘리다 보니 생긴 문제다.
이 때문에 매년 장마철마다 크고 작은 침수 피해가 발생, 병목현상으로 말미암은 오·우수 역류 피해도 예측 가능했지만 수십 년째 근본적인 정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약사천 유지용수관 3개(300㎜ 2개, 150㎜ 1개)가 하수관로에 추가로 들어가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수 능력을 따질 때 관로 단면의 크기만 계산하고, 관로망 전체의 물 흐름 성능을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장(관동대 교수)은 “이미 30년 전부터 ‘이상 기후 현상에 따른 집중호우 피해’라는 말은 나온 만큼 지자체가 도시홍수에 대한 대응책을 진작 마련했어야 한다”면서 “정밀 합동 조사를 시행해 원인을 규명하고, 내년까지 수행 가능한 단기 수방 계획과 큰 예산이 소요되는 장기 수방 계획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진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