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법에서는 항고소송의 대상을 처분으로 규정하면서, 처분을 다시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써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 설정 또는 의무 부담을 명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처분의 근거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는 어떠한가.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강학상 행정규칙이란 법규성, 즉 국민에 대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것을 의미하므로 행정규칙에 근거한 행위는 공법적 행위 또는 공법적 법집행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 행위의 취소로 인하여 원고가 입는 이익은 법률적 이익이 아니라 사실적·경제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규칙이라 하더라도 행정청의 내부적으로는 구속력이 있어 상대방인 국민으로서는 행정규칙에 정해진 바에 따른 행정작용이 당연히 예견되고, 실제로 처분에 따른 불이익을 받게 된다.(대판 94누14148 전원합의체 판결)
오늘 살펴볼 대판 2010두3541 사건의 사안을 먼저 간략히 살펴보자. 갑 회사와 을 회사는 공동으로 건축용 판유리 제품 가격을 인상한 후 갑 회사가 1순위로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신청을 하고, 을 회사가 2순위로 감면신청을 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갑 회사가 감면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면 불인정 통지를 하고, 을 회사에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확인을 해줬다. 그러자 갑 회사는 자신에 대한 감면 불인정 통지에 대한 취소와 을 회사에 대한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확인의 취소를 함께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따라서 행정규칙인 고시에 따른 처분이라 하더라도 원고의 법률상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해당하므로 감면 불인정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이어서 을 회사에 대한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 확인의 취소를 구하는 소에 관해서 살펴보자. 갑 회사가 구한 을 회사에 대한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 확인 취소는 경원자 관계와 비슷한 구조로 보이긴 한다. 경원자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한 처분이라 하더라도 그 취소를 구할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경원자 관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을 회사에 대한 1순위 협조자 지위확인이 취소된다면 갑 회사가 1순위 협조자 지위를 승계하는 관계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을 회사에 대한 1순위 협조자 지위확인이 취소되더라도 갑이 그 사실만으로 갑 회사가 1순위 협조자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갑 회사는 자신에 대한 감면 불인정 통지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그 소송에서 승소하게 된다면 감면 불인정이 번복되고 바로 1순위 협조자의 지위를 취득하게 된다.
갑 회사로서는 자신에 대한 감면 불인정에 대해 취소를 받으면 족하고 그 외에 따로 을 회사에 대한 1순위 지위 확인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없다고 할 것이다.
2013-10-24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