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건복지부가 보이는 행태에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놓고 손바닥 뒤집듯 일주일 새 여러 번 말을 바꿨으니 오락가락이란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요. 국민도, 국회도, 언론도 한목소리로 복지부의 ‘갈지자’ 행보를 비판하는데 유독 당사자인 복지부만 억울하다고 항변합니다.
지난 3일 당정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연내 재추진키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복지부는 해명자료를 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연내 재추진키로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정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니, 현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바꿔 말하면 당이 등 떠밀면 개편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겁니다. 개편 논의 중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을 때도 꿈쩍도 않던 정부가 말입니다.
같은 날 복지부는 또 다른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오락가락 정부 등 언론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까지 나서 일부 언론사에 직접 전화해 ‘왜 오락가락이 아닌지’에 대해 설명하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이런 열의로 장관직을 걸고 청와대를 설득했다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 중단 선언 후 번복’과 같은 코미디는 없었을 겁니다. 소신을 굽히지 않고 기초연금에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연계하는 정부안에 반대하다 사임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처럼 말이죠.
1년 6개월간 마련한 개편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사과 한마디 않고, 욕 먹을 게 두려워 대외 이미지 개선에만 열을 올리는, 이런 장관 이런 정부를 국민은 언제까지 인내해야 합니까.
hjlee@seoul.co.kr
2015-02-05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