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25년… 방조제 물막이 완료 10년
한반도의 지도를 바꾸고 있는 새만금사업 현장. 세계에서 가장 긴 33㎞의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지 만 10년을 맞은 지난 21일 매우 의미 있는 시찰단이 찾아왔다. 내부개발 공사가 한창인 새만금지구에는 중국 상무부 가오옌 부부장(차관급)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등 50여명이 방문해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관계자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산업단지로 단독 지정된 새만금을 중심으로 교류·협력 체계를 진전시켜 두 나라와 도시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새만금개발청과 중국 옌타이시는 현장에서 ‘한·중 산업협력단지 상호협력을 위한 합의서(MOU)’도 체결했다. ‘아시아의 허브, 미래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새만금의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1991년 11월 28일 첫 삽을 뜬 새만금사업. 전북 부안군 변산면과 군산시 옥도면을 연결하는 33㎞의 방조제를 쌓아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는 409㎢의 국토를 확장하는 대역사다. 단군 이래 단일 토목공사로는 최대 규모다. 착공 15년 만인 2006년 4월 21일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를 완료한 데 이어 19년이 지난 2010년 4월 27일 방조제를 완공하고 일반에 공개됐다. 이후 2011년 3월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되고 2012년 12월에는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2013년에는 국토부 산하에 새만금개발청이 문을 열었고 올 2월에는 국무총리 소속 새만금사업추진지원단도 설치됐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지 10년이 지난 새만금지구는 푸른 바다가 육지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새만금 지구 내부 수위를 해수면보다 1.5m 낮춰 전체 용지 409㎢ 가운데 매립지 291㎢의 55%인 159.6㎢가 육지로 노출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짙푸른 물결이 넘실대던 바다가 뭍으로 변한 것이다. 나머지 118㎢는 담수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공사인 만큼 예산이 집중 투자돼 속도전을 벌여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에는 내년까지 전체 면적의 45%를 조성하는 게 목표이지만 3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민자 유치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만금은 전체 용지의 53.6%를 민자로 개발할 계획이지만 대규모 해상매립공사는 위험부담이 커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산업용지의 경우 85%에 해당하는 35.4㎢를 매립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월 대행개발사를 공모했지만 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은 없었다. 과학연구용지 개발계획도 무산됐다. 2021년까지 23㎢의 부지에 항공우주연구 시험소, 자기부상열차 시험장 등 첨단시설을 집적화하려던 계획도 백지화됐다. 만경강과 동진강 사이 농생명용지도 전망이 흐리다. 현재 농생명용지의 53%인 50.2㎢를 매립하고 있으나 농사를 지을 기업이 없다. 연말까지 완공할 시범사업지구 7㎢에 투자하기로 했던 3개 사 가운데 초록마을과 동부팜한농 등 2개 사가 포기했다. 나머지 1개 사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에 농어업회사를 새로 공모할 계획이지만 투자자가 나설지는 미지수다.
부안군과 인접한 남쪽 관광용지도 민자 유치가 안 돼 방치 상태다. 전북도가 개발하겠다고 나선 선도사업부지 1.1㎢는 매립공사를 중단한 지 5년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립한 신시도 쪽 관광용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한·중 경협단지와 산업협력단지 조성, 규제프리존화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거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다.
이 때문에 새만금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2010년 806만명에서 2011년 570만명, 2012년 487만명, 2013년 513만명, 2014년 434만명, 지난해 433만명으로 감소 추세다. 겉보기에 변한 게 없어서다. 실제로 4호 방조제에 건립된 군산 비응도 관광어항은 입점 상가의 절반이 폐업했다. 1호 방조제 입구 부안특산품 판매장도 문을 닫았다.
최재용 도 새만금추진지원단장은 “새만금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민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국가 공공기관이 용지 매립을 선도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새만금의 미래는 얼마나 빨리 내부개발을 완료하느냐에 달린 만큼 정부의 집중적인 예산 투자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2016-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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