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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詩IN] 차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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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DB
중년의 어머니가

고스란히 상자에 담겨 내게로 왔다

때깔 고운 보자기를 풀자

쏟아져 나오는 찻잔들, 다구와 찻상

고단한 삶 속에서도 꼿꼿이 고개를 들고

친정집 진열장에서 빛을 내고 있던

어머니의 작은 조각들

야야, 인자 나는 다 필요없데이

차도 마실 만큼 마 다 아이가?

찻잔도 손에 무거븐 나이가 된 기라

생의 허물을 또 한 번 벗고

저물어갈 채비를 하시듯

벗은 허물을 가지런히 정리하신 어머니

오목한 다기마다

고봉처럼 쌓여있는 어머니의 침묵들

또르르 찻물 따라내니

하나, 둘 깨어나 춤을 춘다

침묵은 혀뿌리에 걸리고,

입 속에 스미고 내 몸을 돌아

나직한 경이 되어 허공을 울리고 있다

다시 한 번

두 손으로 보듬어 찻잔을 든다

미련 없이 벗어 낸 어머니의 허물을 받아 든

중년의 내가 할 일이라는 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권덕은 고양 안곡초등학교 교사
권덕은 (고양 안곡초등학교 교사)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2017-08-07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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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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