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력사무소 60곳, 일감 30~90% 뚝
건설 현장 줄폐쇄… “주 1회 갈까 말까 해”가정부·식당 보조 일 없어 소개소도 울상
“지옥보다 더한 고통… 가족 보기도 미안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건설 인력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복합단지 건설 현장 입구에 붙은 폐쇄 안내문. 이 건설사는 전날 공사 현장 40대 근로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건설 현장을 임시 폐쇄했다. 연합뉴스 |
#2. 식당 보조를 하는 중국동포 B(53·여)씨도 이날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식당 보조·간병인·가정부 등을 연계하는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직업소개소를 찾았지만 “요즘 일자리도 없지만 식당에서 중국동포들을 고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냉랭한 말만 들었다.
한파에도 버텼던 서울 지역 인력 시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지역 경제 침체로 꽁꽁 얼어붙었다. 건설 공사 현장 인부, 식당 보조, 가정부 등 일자리가 뚝 끊기면서 일용직·임시직 근로자들 생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신문이 서울 지역 인력소개소(직업소개소) 60곳을 취재한 결과, 코로나19 위기 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한 지난달 23일을 전후해 건설 현장, 식당 등 일용직 일자리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까지 확 줄었다. 가정부 인력을 공급하는 마포구의 C인력사무소는 일평균 400명 정도 가정부 일자리를 제공했는데, 지금은 10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관계자는 “가정부 아줌마들은 월 몇 백만원씩은 벌었는데, 요즘은 일자리도 없고 있어도 월 몇 십만원 정도 번다”며 “우리도 억 단위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건설 현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인력사무소들은 “3월은 건설 인력 성수기인데, 그 말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천구 독산동의 D직업소개소는 “10대 건설사인 1군은 물론 10~30위 건설사인 2군, 30위 이하인 3군까지 죄다 문을 닫았다”며 “혹한기에도 보통 일주일에 이틀은 인력을 일터로 보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보낼까 말까 한다”고 했다. 노원구의 E인력사무소는 “대형 건설 현장 공사가 중단되니 줄줄이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지난주엔 30% 줄더니, 이번 주 들어선 50%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강서구 화곡동의 F인력소개소는 “코로나19로 공사 현장 자체가 폐쇄된 곳도 적지 않다”며 “코로나19로 거의 전멸 상황”이라고 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20-03-04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