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수욕장 거리두기’ 논란
사전예약제·4m 간격 칸막이 제시“밀물·썰물 때마다 옮기란 말인가”
“예약 확인하려면 인력 100명 필요”
지역 불문 “전형적 탁상행정” 비판
“자치단체에 방역 맡겨야” 지적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일 안전개장한 뒤 첫 주말을 맞은 7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관광안내소를 기준으로 좌우 150m씩 총 300m 구간만 우선 개장했다. 부산 연합뉴스 |
해수부가 제안한 지침은 이렇다.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운영해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고, 해수욕장 백사장에 각각 5명 정도 머무를 수 있는 4×4m 칸막이를 설치해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백사장에 말뚝 4개를 박고 줄을 쳐 칸막이를 만든 프랑스 등의 사례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충남 보령시 관계자는 “대천해수욕장은 150m 정도 백사장이 드러났다가 밀물 때 다 잠겨 사라지는데 무슨 수로 칸막이를 만드느냐. 미국·유럽 피서객은 조용히 선탠을 즐기지만 우리는 물속을 계속 들락거리며 움직인다. 무슨 수로 거리를 유지시키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말뚝도 썰물에 다 쓸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천해수욕장은 지난해 하루 최대 43만 7000명이 찾았다. 칸막이를 친 뒤 예약제로 피서객을 받을 경우 하루 출입 인원이 2만~3만명으로 제한된다. 그는 “3.5㎞로 길게 펼쳐진 백사장으로 예약 없이 밀고 들어오는 피서객을 막을 방법도 없다”고 꼬집었다.
동해안도 마찬가지다. 경포·망상·맹방 등이 늘어선 강원도 6개 시군은 “조수간만의 차가 없어 백사장의 칸막이는 가능하지만 관리 인력이 부족하고 피서객 통제도 어렵다”고 했다. 일산·진하해수욕장이 있는 울산시 관계자는 “개장이 20여일밖에 안 남았는데 백사장에 바둑판처럼 구역을 나누라니, 그 많은 인력과 장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그 많은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따졌다.
영일대해수욕장을 경북 첫 야간 개장하는 포항시 관계자는 “해수부 지침을 따르면 자칫 해수욕장이 집단 민원 현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피서철이 오면 시 공무원이 하루 470명 넘게 동원되는 마당이다. 해수부 방안을 따르면 각종 민원과 직원 보충 등으로 시청 업무가 마비된다”면서 “현실적 대책을 내놓든지 아니면 자치단체에 방역 대책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기존 방역 대책으로는 부족해 제안한 아이디어”라며 “지역별 차이를 감안해 해수욕장 거리 유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령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