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소비 위축 계속 이어져
㎏당 2만 5000원… 원가도 못 건져
양식업~가공·유통업체 줄도산 우려
“산업구조 대혁신… 특단 대책 필요”
전국 생산량 90% 이상을 차지하는 전남도의 해남·완도·진도 전복 양식 어가가 사상 최악의 가격 폭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양식 어민 상당수가 폐업을 고민 중이다.
14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복 가격은 ㎏당 2022년 3만 9250원에서 지난해 2만 5000원으로 하락했고, 지난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해남군 양식시설 수는 6만 2278칸에서 5만 8044칸으로 줄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2003년 해상 가두리 양식 도입 이후 전복 생산량은 매년 늘었고, 양식기술 발달로 출하 주기가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되면서 공급은 폭증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고급 수산물 소비가 줄고, 가정 소비보다 외식 의존도가 높은 전복 특성상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더뎠다.
전남도 관계자는 “긴급 경영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소비 위축이 이어져 가격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전남연구원과 함께 양식 규모별 원가 분석, 판매 방식 개선, 생산원가 반영 거래 모델 개발 등 구조 개선 연구를 시작했다.
해남·완도·진도는 청정해역에서 연중 전복을 출하하는 국내 최대 생산지다. 전복 산업은 수산물 가공·포장·유통, 관광·외식업까지 연계된 지역경제 핵심 축이다. 하지만 가격 폭락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가 폐업, 일자리 상실, 가공업체 도산 등 ‘연쇄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복버터구이, 전복죽, 전복라면 등 가정간편식(HMR) 제품 개발과 소포장·소용량 판매 확대, 라이브커머스·구독 서비스·레시피 콘텐츠 마케팅 등 젊은 세대 타깃 전략을 강조한다. 또 미국·유럽 프리미엄 해산물 시장 진출, 한류 음식 연계 레스토랑, 할랄 인증을 통한 중동 시장 개척 등 수출 다변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복 가공품 장기 보관 및 냉동 기술 고도화는 수출 확대 관건으로 꼽힌다.
전남도 연구원 관계자는 “단기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산업 구조 혁신과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남 서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