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보편적 가치’ 영향 판단하는 HIA
“문화유산과 도시 공존 위해 투명한 원칙 필요해”
정부는 일단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태릉CC에서 이미 진행한 영향평가 관련 용역 결과가 이번 공급 방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어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세훈 “노후 주거지 주민들 고통 키우는 이중잣대”
세계유산영향평가 ‘이중잣대’ 논란은 태릉CC와 종묘 앞 세운지구 놓고 불거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지구와 중첩되지 않는 세운지구 개발은 반대하면서 정작 세계유산지구와 12%가 중첩되는 태릉골프장 개발에는 침묵하고 있다”며 “이중 잣대는 행정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고 노후 주거지 주민들의 고통을 더 깊게 만든다”고 밝혔다. 종묘로부터 100m 이상 떨어져 있는 세운지구 역시 고층 빌딩이 경관을 해칠 수 있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받고 있다.
6800호 공급 계획이 발표된 태릉CC의 경우, 2020년 8·4 대책 이후 세계유산영향평가 시범 대상으로 시각영향평가를 거쳤지만 이번 공급 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김병민 서울시 정부무시장은 “국내 심의에서 개발 높이는 수목선 이하로 제한됐고 건설 규모가 5000호를 넘을 수 없도록 됐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의뢰로 서울시립대가 2023년 진행한 서울태릉지구 세계유산(태릉·강릉) 영향성 분석 연구용역에는 “(당시 6800호 공급) 토지이용계획(안)에 따르면 강릉 시야 범위에 15~18층 고층건물이 배치되어있어 상세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강릉 능침 앞의 시각 영향은 심각(-5) 수준이고 조망영향이 가장 높은 지역에 건축 높이를 강릉 조망 수평선에 맞출 경우 11~26m로 제한된다는 평가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유산청은 사전 협의를 진행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태·강릉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13일 노원구 태릉CC부지를 방문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잘 준비해달라”며 “(평가) 자체 의미도 있고 어차피 종묘에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한다. 그동안 대상범위나 절차 등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에 국가유산청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절차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9일 토론회에서 “(시행령 개정안에는) 유산지구 밖은 구체적인 범위와 적용 시점, 기준이 없다”며 “HIA 취지와 달리 개발 현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작아질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특히 고양 창릉의 경우 2021년 5월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요청해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문화유산에 대한 영향평가가 정비사업을 막기 위한 제도가 아닌 도시가 공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함께 최적의 방안을 찾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그동안 다른 원칙을 적용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문화유산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투명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