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나노연구원의 도덕적 해이
25억원짜리 초고가 연구장비로 참기름을 짠 뒤 이를 명절 선물용으로 돌린 지방의 나노바이오 연구원 원장과 직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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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 제품 사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이 전 원장은 최근 광주시장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가 연구원장 시절 비리가 적발되면서 사퇴했다. 이 전 원장은 전남도 출연기관인 장성 나노바이오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2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자신의 사무실에서 10차례에 걸쳐 연구원 김모(44)씨 등 4명으로부터 21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원 김씨는 기자재 납품을 독점해 주는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2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고 이 중 일부를 이 전 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실장과 연구원 11명은 2011년 8월부터 4년여 동안 업자로부터 6200만원 상당의 참깨 등을 납품 받아 연구 장비를 이용해 참기름 선물세트를 만들고 이를 연구비로 결제했다. 참기름을 짜는 데 사용된 고가의 장비는 연구개발에 쓰여야 할 ‘초임계 추출기’로 알려졌다. 기체와 액체의 성질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필요 요소를 추출하는 기기로 가격만 25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기기다.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는 천연 요소를 추출하고 단일 성분을 선택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진액만 생산하는 기계인 만큼 유별날 정도로 참기름 맛이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기름 생산은 2011년 추석부터 무려 4년간 계속됐다. 명절마다 참기름 300∼500병을 만들어 원장 명의로 선물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나노 산업 육성과 중소기업에 연구장비와 인력을 지원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장비를 이용해 참기름을 짜 돌릴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며 “지자체 출연기관의 방만 경영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5-04-30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