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할머니는 지난달 7월 중순 청계파출소를 찾아와 “죽기 전에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 강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집에 포탄이 떨어져 친언니 3명 모두를 잃은 뒤 홀로 힘들게 살아왔다. 강 할머니는 살아생전에 60년 전 헤어진 유일한 혈육인 사촌오빠를 만나기 위해 경찰서, 시청 등을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 강 할머니가 기억하는 것은 사촌오빠 이름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정을 들은 청계파출소 직원들은 사촌오빠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한달여간 수소문 끝에 인천에 거주하는 할머니의 사촌오빠인 강모(85) 할아버지와 연결됐다. 두 사촌은 지난 21일 청계파출소에서 60년 만에 만나는 감격을 맛봤다.
강 할아버지는 “처음 경찰관들이 사촌 여동생을 찾았다는 말을 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며 “어릴 적 한번 보고 60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만나니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고 기뻐했다. 강 할머니는 “경찰관들이 죽기 전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너무 행복하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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