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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자치단체 첫 추진 ‘보령호 역간척 사업’ 놓고 충남도·정부 갈등 심화

“농사에 쓴다고 거대한 담수호를 만든 뒤 17년간 물 한 방울 안 쓰고 갑문을 닫아놨는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충남도)

“아직 염분이 안 빠져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갑문을 열면…앞으로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겁니까.”(한국농어촌공사)

충남도가 첫 역간척 대상지로 선택한 보령호. 정부와 농어촌공사가 역간척을 반대하고 나서 성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남도 제공
●내일 국회서 정책토론회 개최

충남도가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보령호를 대상으로 이른바 ‘닫힌 하구’를 여는 역간척 사업에 발 벗고 나서면서 정부 및 농어촌공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도는 3년간 전문가 국제포럼 등을 잇따라 열어 역간척에 대한 관심을 한껏 높여 왔으나 사업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오는 16일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역간척 사업을 뒷받침할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까지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토론회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국회의원,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타당성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

역간척은 강 하구를 막아 건설한 방조제의 갑문을 항시 열도록 하는 사업이다. 쌀이 부족했던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을 중심으로 논밭에 민물을 공급할 담수호를 만들려고 전국 곳곳의 강 하구에 방조제가 수없이 건설됐다. 역간척은 개발독재시대와 이별하고 친환경시대에 발맞추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최문희 도 기획조정실 팀장은 14일 “보령호 방조제가 건설된 뒤 수질이 나빠져 농업용수로 쓰지 못하고, 담수호 건설로 갯벌이 사라져 주민 소득도 줄었다. 지금은 쌀도 남아도는 시절”이라며 “강과 바닷물이 서로 왕래하면서 생산하는 것들의 가치가 훨씬 크다. 미래는 주민 소득을 담보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생태를 유지하는 것에 훨씬 더 가치를 두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강 생태 경제적 가치 농경지의 250배”

도가 역간척 사업에 나선 것은 2013년 10월이다. 안 지사가 천수만 앞바다에 방조제를 쌓아 조성한 서산AB지구 내 간월호와 부남호를 둘러보고 “담수호 물이 썩어가는데 바닷물이 들어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수행한 도 공무원이 “수질이 좋아질 거다”고 답했다. 안 지사는 “그럼 방조제 갑문을 개방하는 정책을 펴보자”고 하면서 시작됐다. 간월호와 부남호의 수질은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으로 5급수와 6급수로 농업용수에 부적절한 상태다. 농업용수로 쓰려면 4급수(8 이하)는 돼야 한다.

도는 지난 8월까지 역간척 사업 타당성 용역을 벌였다. 이상진 충남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가 시화호에서 한 적이 있지만 자치단체가 역간척 사업을 정책으로 삼은 것은 처음”이라며 “우선 방조제 갑문을 상시 여는 게 목표지만 효과가 좋으면 갑문을 더 만들고, 나아가 방조제를 헐어내는 것까지 생각하고 정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 하구 바닥과 수중 생태의 경제적 가치가 농경지의 250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런데도 장마 때 말고는 방조제 갑문을 늘 닫아 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는 역간척 사업의 관심을 높이려고 지난해 8월 전문가 국제포럼을 열었다.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역간척이란 말도 ‘연안 및 하구 생태계 복원’으로 바꿨다. 지난 7월에는 보령호를 첫 대상지로 선정하고 활동에 나섰다. 보령호는 1991년부터 공사를 시작된 홍보지구 대단위농업종합개발 사업으로 홍성호와 함께 조성된 인공 하구호다. 하천과 바다 사이에 1082m 길이의 방조제가 들어섰다. 보령시 오천·천북·청소면, 홍성군 은하면 등 2개 시·군 4개 면에 걸쳐 있으며 수면 면적이 582만㎡에 이른다.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담수호로 1997년 10월 최종 물막이 공사가 끝났으나 수질은 끊임없이 악화됐다.

최 팀장은 “현재 보령호 수질이 농업용수는커녕 6급수(10 초과)로 분류하기도 뭣한 COD 28으로 너무 더럽다. 완공 이후로 농업용수로 물 한 방울도 쓰지 못했다”면서 “주변 축산시설 등을 먼저 처리하지 않은 채 방조제를 쌓고 갑문을 닫아 이 같은 문제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해수유통이 막힌 뒤 강 하구에 널렸던 갯벌과 풍족했던 어족자원은 급감했다.

최 팀장은 “보령호 수질을 개선하려고 해마다 국비와 지방비 1800억원을 쏟아붓지만 별수 없고, 보령호 없이도 농사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갑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시키면 금세 1~2급수로 깨끗해진다”고 했다. 이어 “농업용수가 급하면 보령시 미산면 보령댐 물을 끌어오면 된다”며 “지난해 충남 서북부의 극심한 가뭄으로 댐 물이 말라 금강 물을 끌어오는 관로가 완공돼 있다. 거기까지 용수로를 신설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35㎞쯤 떨어진 보령댐과 보령호를 연결하면 비상시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면도~황도, 방조제 허문 뒤 갯벌 부활

보령호와 달리 바닷물 사이를 막은 형태지만 안면도와 황도를 잇는 방조제를 2011년 헐고 교량으로 바꾼 뒤 갯벌이 되살아났다. 황도 갯벌의 바지락 채취량이 2014년 41t에 그쳤던 게 지난해 122t에 이어 올해 7월까지 349t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 바지락 채취 체험관광객도 4500명이 찾아와 모두 13억 26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농어촌공사가 시행하는 간척사업만 전국에 20곳이 완공됐고, 6곳이 공사 중이다. 방조제 갑문은 늘 모두 닫혀 있다. 이 밖에도 자치단체 등이 관리하는 간척지와 방조제가 1000곳이 넘는다. 강 하구에 둑을 쌓고 갯벌은 매립하면서 갯벌 면적은 1987년 3203㎢에서 2013년 2487㎢로 크게 줄었다.

충남도의 역간척 사업이 본격화되자 방조제가 가장 많은 전남도가 동참했다. 이번 정책토론회에 광주전남연구원 김종일 박사를 보내 영산강 문제 등을 제기하기로 했다. 김 박사는 “방조제 축조로 영산강 하구 습지가 줄어 생물다양성이 훼손되고 외래종과 기형종이 급증했다”며 하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촉구했다. 부산도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놓고 논란 중이다.

충남은 보령호 외에도 같은 지구에 만들어진 홍성호와 서산B지구 부남호, 태안 이원호, 당진 석문방조제도 역간척이 필요한 담수호로 내세운다. 최 팀장은 “보령호를 역간척 대상지로 결정하고 여러 차례 주민 설명회를 열었는데 반대하는 주민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자치단체와 주민, 심지어 농민들도 찬성하지 않는 ‘닫힌 하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태풍 등 발생 때 침수 피해도 막아줘”

반면 정부 입장은 다르다. 농식품부 간척지농업과 이형주 사무관은 “보령호를 건설하면서 방조제를 쌓은 뒤 태풍 등이 발생했을 때 바닷물로 인한 침수피해가 없고, 담수호는 아직 염도가 높아 농업용수로 쓸 수 없지만 시간을 두고 민물화하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 사무관은 “지금 보령호 주변 농민들은 소형 관정을 파 농사를 짓는다”며 “보령댐에서 농업용수를 끌어오는 것도 수량이 보령호의 3분의1밖에 안되고 5000억원에 이르는 용수로 건설비를 따지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전용주 농어촌공사 대단위사업부장도 “갑문을 개방하는 건 당초 목적에 어긋난다”면서 “갑문을 열어 두면 조수간만 차가 큰 사리 때 바닷물이 광천천과 상지천이 합류하는 보령호 최상류까지 밀고 올라가 농업용수로 쓰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리되면 지난해까지 보령호에 투입한 2518억원의 사업비와 실핏줄처럼 깔아 놓은 120㎞의 담수호 주변 관로는 쓸모가 없어진다”고 했다.

도는 보령호 역간척이 이뤄지면 수질 및 생태환경을 개선하고 2단계로 갯벌 복원, 염습지 조성, 어류 및 조류 서식지 조성 사업을 벌인 뒤 생태탐방로과 갯벌 체험지 및 생태공원 등 친환경 생태관광 기반시설을 잘 갖춰서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안 지사는 “지금 역간척하려면 농어촌정비법 등 50여 가지 법이 걸림돌이 돼 어렵고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에 성공하면 보령호가 자연과 생태를 되살려 사람과 상생하는 역간척의 모범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6-11-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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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